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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종 부활절 마지막 메시지 "평화는 가능, 희망을 갖자"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남긴 생전 마지막 강론에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분쟁에도 불구하고 평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과 난민 등 취약 계층을 향한 포용을 촉구했으며,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는 재무장 움직임에도 경종을 울렸다.

교황은 부활절인 20일 전 세계에 전하는 축복과 강론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에서 "나는 우리가 '평화는 가능한 일'이라는 희망을 새로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폭력과 분쟁의 종식을 위한 지구촌의 화합을 촉구했다.

교황은 "전 세계에서 반유대주의 정서의 성장은 걱정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동시에 나는 끔찍한 분쟁이 계속해서 죽음과 파괴를 일으키고 극적이고 비참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만들고 있는 가자지구의 사람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전쟁의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들을 석방하고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고 있는 굶주린 사람들을 도우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번 부활절 메시지에서 전쟁 중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외에도 레바논, 시리아, 예멘, 민주콩고, 수단, 남수단 등의 분쟁 지역 주민들과 미얀마 강진 피해자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그러면서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각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며 관용과 존중의 정신을 강조했다.

난민과 여성, 어린이 등 소수 취약 계층을 향한 사회의 포용도 촉구했다.

교황은 "취약하고 소외된 이들, 그리고 난민들을 향해 종종 얼마나 많은 경멸이 가해지는가"라며 난민 등 소수 계층을 향해 커지고 있는 혐오의 정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늘날 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새로 희망하고, 먼 땅에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삶과 사고의 방식을 가지고 온 우리와 다른 이들을 포함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진정한 '무장해제' 없이는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군비 경쟁 중단도 촉구했다. 

교황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방어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재무장에 대한 경쟁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면서 "부활절의 빛은 분열을 일으키고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결과를 가져오는 장벽들을 무너뜨리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계에 정치적 책임을 지닌 위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다른 이들과의 고립으로만 이어질 수 있는 '공포의 논리'를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대신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을 돕는 '평화의 무기'를 사용해달라고 전했다.

이날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신 집전한 부활절 야외 미사에 깜짝 등장해 운집한 약 3만5천명의 신자와 순례자들을 만났다.

지난 달 23일 폐렴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뒤 최근 외부 활동을 늘려 온 교황은 이날 휠체어를 탄 채 20분 넘게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가 끝난 뒤 차를 타고 광장 주변을 돌며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부활절 미사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 만에 갑작스럽게 선종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의 메시지는 교황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