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빅스텝 금리인상을 수차례 지속할 의지도 내비쳤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양적 긴축에도 돌입한다. 시장에서 돈을 거둬 달러 가치를 부양하는 공격적 재정정책을 시작하는 것이다.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폭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인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인에게 직접 말하고 싶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그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추기 위해 우리는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 강력한 경제성과의 핵심”이라며 “다음 두어 번의 회의에서 추가로 0.5% 포인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견해가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과 7월 FOMC 회의에서 빅스텝 인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올여름이면 미국 기준금리는 1.75~2%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연준은 2~3% 수준을 중립 수준의 목표 금리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다만 0.75% 포인트 자이언트 스텝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긴축 통화 정책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8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내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6월 1일부터 국채 3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75억 달러 등 475억 달러 규모의 양적 긴축에 나선다. 3개월 후에는 국채 600억 달러, MBS 350억 달러 등 950억 달러로 긴축 한도가 높아진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은 인플레이션이 지속 상승할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수요는 강하고 공급망 병목 현상과 공급 제약으로 인해 생산이 빨라지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며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및 기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승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또 중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는 공급망 혼란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로 인한 물가상승은 이제 서비스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이는 다시 물가상승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굳어질 우려를 키운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레이팅스 브라이언 콜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급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긴축 통화가 내년 상당한 수준의 성장둔화 또는 경기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