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연루된 각종 음모론 가운데가장 위험한 사안 중 하나로 꼽히는 ‘엡스틴 파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Wall Street Journal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팸 본디(Pam Bondi) 법무부 장관과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부장관이 두 달 전인 올해(2025년) 5월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틴 파일 관련한 보고를 했다.
당시 팸 본디 장관은 현재 수사하고 있는 엡스틴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5월 팸 본디 장관의 백악관 보고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대외 메시지에는 이상할 정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정치 전문 매체 POLITICO는 그 5월 백악관 보고 시점을 기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측 발언이 눈에 띄게 짧아지고 방어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이후 부터는 엡스틴 관련 질문이 나오면 언론과 민주당을 비난하거나 주제를 돌리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2024년) 대선에서 캠페인을 하던 당시에는 재선되면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서 공개할 정보 중 허위 정보가 있을 수 있다거나 제3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백악관 보고를 언급한 Wall Street Journal 보도에 대해 거짓과 암시의 집합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스티븐 청(Steven Cheung) 백악관 홍보국장도 백악관 보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틴을 구역질난 인간이라며 클럽에서 내쫓았는데 그런 엡스틴과의 관련을 언급하는 것이 있을 수없다면서 ‘허위 보도’라고 일축했다.
반면 전직 연방검사 출신 칼럼니스트 앙쿠시 카르도리(Ankush Khardori)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공개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 중, 형식상 공개가 어려운 극히 일부에만 집중해 보여주기식의 대응을 하는데 급급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방 법무부는 최근 엡스틴의 전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에게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한편, 대배심 증언을 공개하려다 법원에 의해서 거절당한 상황이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질적인 정보 공개 의지가 부족하다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현직 고위 인사들과 동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그리고 지난 5월 백악관 비공개 브리핑 이후 급변한 화법 등은 결국 엡스틴 파일과 트럼프 대통령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엡스틴 파일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핵심 쟁점은 연방정부가 확보한 이메일, 금융 기록, 항공 로그, 증인 진술 등 주요 수사 자료의 존재와 그 공개 여부라고 할 수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엡스틴 사건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형사상 혐의를 받지는 않고 있지만,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은 더욱 거세지면서 백악관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