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캄차카 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초강력 지진과 쓰나미가 전 세계 해안가에 상당한 긴장감을 안겼지만, 피해는 예상보다 극히 적은 수준에 그쳤다.
이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참사 이후 전 세계가 구축한 조기경보 시스템과 철저한 대응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진은 7월 30일(수) 러시아 극동 지역 해역에서 발생했으며, 진앙은 지하 47km, 해저 단층(메가스러스트)에서의 대규모 단층 이동 현상을 통해서 일어났다.
이로 인해 태평양 전역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고, 하와이·일본·미국 서부·칠레·뉴질랜드 등에서 300만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긴급하게 대피했다.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 쓰나미 경보 센터(PTWC)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 곧바로 경보를 발령했다.
태평양 쓰나미 경보 센터의 신속한 대응에 따라서 세계 각국 정부와 지역 당국이 스마트폰 문자를 비롯해 사이렌과 재난방송 등을 통해서 빠르게 대피 지시를 내렸다.
지진이 일어난 캄차카 지역에서는 최대 파도 높이가 약 4m에 달햇고 하와이는 최고 1.8m, 캘리포니아 약 1m, 일본 0.5m 이하였다.
일부 러시아 지역 항구 건물이 파손된 것 이외에는 8.8의 강진이 일어났음에도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재난학 교수 일란 켈먼 박사는 사전 교육과 경험, 준비 덕분에 수천 명의 생명이 구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란 켈먼 박사는 2004년 인도양에 조기 경보 체계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나라들이 재난에 준비돼 있다고 분석했다.
관광객들처럼 지역 경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안전하게 대피한 점이 특히 이번에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강진에서 핵심 역할을 한 태평양 쓰나미 경보 센터(PTWC)는 미국 정부 산하 기관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예산 삭감 압력을 받은 부처들 중에 한 곳이다.
일란 켈먼 박사는 이번에 수많은 생명을 구한 기관이 정부의 압박 때문에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며 이번 성과를 통해 경보 센터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20만여 명 이상이 사망했던 세계적인 대참사 이후 지난 20여 년간 만반의 준비를 한 세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로 캄차카 반도 규모 8.8 강진이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