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기후위기 대처” 1조4000억 기부한 美 벤처투자가


“가족과 저녁을 먹으면서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화재, 미 중서부의 홍수, 아프리카의 가뭄을 보면서 부모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기후변화 대처 등에 써 달라’며 미 스탠퍼드대학에 11억 달러(1조4000억원)를 기부한 벤처투자가 존 도어(71·)는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어는 “필요가 있는 만큼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플랜 B는 없다. 우리는 지구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평생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어는 2006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딸과 함께 본 뒤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딸이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어는 이후 청정에너지 회사 등에 투자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속도와 스케일: 기후 위기를 당장 해결하기 위한 행동계획’이라는 책도 냈다. 그는 책에서 탄소가스 배출을 신속하게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탠퍼드대는 도어 기부금으로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 안보 연구와 관련한 기존 학과들을 재편해 ‘스탠퍼드 도어스쿨’이라는 명칭의 단과대를 설립할 계획이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적 해결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도 설립된다. 학교는 기존 교수진 약 90명을 합류시키고, 향후 10년간 60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너지 문제에 대해 자문해 온 아룬 마주다르가 초대 학장을 맡았다.

도어는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출신으로 1970년대 컴퓨터 회사 인텔을 거쳐 벤처회사 전문 투자자로 변신했다. 80년대 아마존과 구글, 시만텍 등에 투자해 ‘벤처 투자자의 전설’로 불린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자산을 113억 달러로 추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