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이민단속국, ICE의 최근 강화된 단속으로 가정의 생계유지자가 구금되면서 임대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어나자, LA 카운티가 퇴거를 유예하는(eviction moratorium) 조치를 코로나 19 팬데믹에 이어서 다시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자 세입자들은 LA 카운티 조치에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집주인들은 왜 자신들에게만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희생을 요구하느냐며 퇴거유예 조치가 또 다시 현실화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는 지난 16일(화) 4대 0 표결을 통해, 이민단속으로 피해를 입은 가정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퇴거 유예 방안을 마련하도록 LA 카운티 변호사단에 공식적으로 지시하는 조치를 내렸다.
모두 5명으로 구성된 수퍼바이저들 가운데 캐서린 바거 LA 카운티 5지구 수퍼바이저만 불참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시행됐던 퇴거 유예 정책을 모델로 삼아서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때 셧다운 정책으로 직장이나 상점이 문을 닫아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퇴거유예 조치로 도움을 준 것처럼 ICE 단속으로 가족이 구금되거나, 완전히 생계가 끊긴 주민들 중에서 임대료를 제때에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LA 카운티는 2주 안에 구체적 실행 방안을 보고받은 뒤 최종 표결을 거쳐서 효력을 발생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는 3,000만 달러 규모 임대 지원 프로그램도 같은 날 통과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2025년) 1월 대형산불 피해자들과 ICE 단속으로 생계 기반을 잃은 세입자들 대상이다.
산불 피해 복구가 필요한 소규모 집주인들에게 우선 지원되는데 지원 한도는 최대 6개월치 임대료, 총 15,000 달러까지로, 앞으로 90일 안에 즉 올해가 가기 전에 시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린지 호바스 LA 카운티 3지구 수퍼바이저는 이웃이 집과 생계를 잃을 최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카운티는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힐다 솔리스 1지구 수퍼바이저과 함께 이번 안을 공동 발의했다.
세입자 권익 단체들은 ICE 단속으로 소득을 잃은 많은 이민 가정들이 퇴거 위기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동안 LA 카운티에 강력한 보호 조치를 요구해 왔다.
센트럴 아메리칸 리소스 센터(CARECEN)에서 활동하는 야리차 곤잘레스 변호사는 LA 카운티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민 가정의 가족들이 결국 노숙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집주인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아파트 협회의 맷 벅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퇴거 유예가 집주인에게 재앙이었다며 이번 조치 역시 여러가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집주인이 세입자의 이민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인 불확실성이 크다는 현실적 입장도 언급했다.
이번 퇴거 유예 논의는 LA 지역에 대한 ICE 단속을 연방대법원이 재개하도록 허용하면서 더 큰 파장을 불러왔다.
UC 머세드 연구진은 첫 ICE 단속 직후 캘리포니아 전체 고용이 3.1%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단속 대상이 된 이들뿐 아니라, 단속을 우려해서 스스로 일자리를 포기한 근로자들도 늘어난 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집주인 단체는 ICE 단속으로 인해서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은 세입자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며, 퇴거유예보다는 임대 지원 프로그램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LA 카운티 정부의 세입자 퇴거유예 추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도입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어 LA와 캘리포니아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최종안이 LA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민 단속으로 생계가 흔들린 가정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데 일정한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여서 최종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설사 퇴거유예 조치가 통과되더라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