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으나 두 달 만에 사망한 환자의 몸에서 ‘돼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異種) 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지난 3월 8일 사망한 데이비드 베넷(57)의 의료진이 그의 사망 원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베넷은 지난 1월 7일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한 바틀리 그리피스 메릴랜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달 20일 미국 이식학회 세미나에서 베넷의 사망 원인을 처음으로 전했다.
베넷은 통상 이식 수술 초반에 일어나는 장기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 이식 수술 20일이 지난 뒤
그러나 수술 45일이 지난 시점에 문제의 바이러스양이 급격히 증가했고, 베넷은 중태에 빠졌다. 당시 그의 심장은 부어있었고 모세혈관에서 피가 새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복하지 못한 베넷은 결국 이식 2달 만에 사망했다.
그리피스 박사는 “환자가 바이러스에 적극적으로 감염됐다거나, 유전자 조작 심장에 면역 거부 반응을 보인 증거는 없다”면서 “시신에서 발견된 돼지 거대세포바이러스로 인해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결국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이종 장기이식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종 장기이식은 장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장기이식 분야에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미국은 매년 6000명 넘는 환자들이 장기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현재 대기자가 1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니 돼지는 사람의 몸무게는 물론 심장 크기가 비슷해 이종 장기이식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부학적인 구조도 유사하고, 새끼를 많이 낳아 공급에도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베넷의 사망으로 유전자 변형 장기의 사용에 대한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끈 코로나바이러스도 야생 동물로부터 유래됐다”며 “유전자 조작 동물 장기 이식으로 인해 동물 병원균이 인류에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제이 피시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이식 센터 부소장은 “베넷의 몸에서 나온 돼지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에 전염되지는 않는다”며 “인류에 퍼질 위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수술 전 바이러스 검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아킴 데너 베를린 자유대 바이러스학 연구소 교수는 테크놀로지 리뷰와 인터뷰에서 “미국 연구진은 돼지의 입에서만 바이러스를 검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장기에서도 발견될 수가 있기에, 더 정확한 검사만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