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LA 유권자들이 승인한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 일명 '맨션세'로 불리는 Measure ULA를 둘러싼 논쟁이 캘리포니아 주 전체를 뒤흔들 대규모 세금 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세율 옹호 단체인 하워드 자비스 납세자 협회, Howard Jarvis Taxpayers Association이 ULA와 유사한 모든 지방세 인상 조치를 무력화하려는 주 헌법 개정 투표 안건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개정안이 투표를 통해서 통과된다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각종 지방세가 매년 약 20억달러에서 30억달러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 ULA는 LA 시내 50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 매매에 대해 4%, 1000만 달러 이상에 대해 5.5%의 높은 거래세를 각각 부과하는 정책이다.
이 세금은 노숙자와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주택 건설과 지원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시행 후 지금까지 약 8억 3천만 달러를 모금해 LA 시의 노숙자 지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건설 위축: 반대파들은 이 세금이 상업용, 공업용, 그리고 신규 아파트 개발을 위한 토지 거래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주택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한 LA의 아파트 건설을 위축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UCLA 연구소 등의 보고서는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로 인해서 연간 수백여 채의 아파트 건설이 줄어들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 등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로 인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징수된 거래세 수입의 최대 63%가 재산세 수입 감소로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개발업자와 반(反)세금 단체들은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목을 조르는 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워드 자비스 납세자 협회는 내년(2026년) 11월 캘리포니아 주민 투표에 부칠 개헌 안건 서명을 현재 수집하고 있다.
이 안건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세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과 주민 발의 특별세 통과 문턱을 상향시키는 것이다.
먼저 부동산 거래세 상한선 설정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가치의 0.05%를 넘는 모든 거래세를 금지한다.
이는 현재 LA의 최고 거래세율 5.5%보다 100배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주민 발의 특별세 통과 문턱을 상향시키는 것은 유권자들이 발의한 특정 목적을 위한 세금(Special Tax)의 통과 요건을 단순 과반수(50% 초과)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높이게 된다.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는 고율의 거래세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유권자 발의 특별세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이 안건이 통과되면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다.
납세자 협회 측은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를 캘리포니아 주 전체 캠페인의 상징적인 얼굴로 삼고 있다.
이 안건이 성공하면 주 전역의 지방 정부들이 매년 2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에 달하는 세수를 잃을 수있다.
이같은 세수는 주로 노숙자와 주택 서비스 자금으로 사용돼 이 재원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A 시의 정치권과 새크라멘토의 민주당 의원들은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가 반(反)세금 운동에 빌미를 제공하는 정치적인 취약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캐런 배스 LA 시장과 밥 허츠버그 전 주 하원의장은 최근에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 규정 완화 법안을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통과시키려고 시도를 했다.
이 법안은 신규 주거 개발 토지 거래를 ULA 세금에서 면제하고, 산불로 파괴된 주택 재건축에도 면세 혜택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납세자 협회가 개헌 발의를 철회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하는 상당히 복잡한 조건 때문에 결국 회기 마지막 날 처리하는데 실패했다.
납세자 협회 측은 이미 서명 운동에 착수했으며, 지방세를 없애려는 시도를 조기에 무력화하려는 작업이 이제 사실상 끝났다며 캠페인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1978년 재산세를 제한하는 '주민 발의안 13호(Proposition 13)'가 통과된 이후, 세금과 관련된 정치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2017년 주 대법원이 '유권자 발의 특별세'가 단순한 과반수만으로 통과될 수 있다고 판결(일명 '업랜드 루프홀')한 이후, 주택 옹호 단체나 노조 등이 이 경로로 세금 인상에 성공했다.
이번 초고가 부동산 거래세(ULA) 역시 같은 방식을 활용해 통과된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번 납세자 협회의 개헌 시도는 바로 이 '업랜드 루프홀'을 막고 고율 거래세를 상당히 제한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2026년) 11월 투표는 세금 인상권을 확대하려는 세력과 이를 제한하려는 세력 간의 역사적인 대결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