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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holland Highway, 7년만에 재개통

울시 산불(Woolsey Fire)로 인해 폐쇄됐던 남가주에서 가장 악명 높고 경치가 좋은 도로 중 하나인 멀홀랜드 하이웨이(Mulholland Highway)의 2.4마일 구간, 일명 ‘더 스네이크(The Snake)’가 무려 7년 만에 드디어 재개장했다.

이 도로는 꼬불꼬불한 헤어핀 커브(Hairpin Turn)로 유명해 최고급 운전의 성지로 불리고 있고 드라이버들에게는 꿈의 구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근 지역 주민들과 이 언덕 길을 아끼는 열성 운전자들은 외부인들이 재개통 사실을 알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재개통 이후 난폭 운전과 소음, 잦은 충돌 사고가 계속돼 '더 스네이크'의 영구적인 재폐쇄를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홀랜드 하이웨이는 1924년 LA에 물을 공급했던 한 엔지니어의 이름을 따서 개통된 도로다.

개통될 당시부터 워낙에 자연 환경과 도로의 특이함으로 인해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경관 도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총 50마일이 넘는 이 멀홀랜드 하이웨이는 도시와 산맥, 그리고 바다를 연결하기 위해 구상됐다.

초창기부터 이 도로는 속도를 즐기는 자동차 애호가들의 주요 무대였다.

1930년대 게리 쿠퍼(Gary Cooper) 같은 고전파 영화배우들이, 1950년대에는 제임스 딘(James Dean)이 레이싱 훈련 코스처럼 이용했으며, 1960년대 들어서는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인근의 유명 바이커들의 아지트인 '록 스토어(Rock Store)'에 들르기 전 이곳을 질주했던 전설들이 전해진다.

특히 그 중에서도 2.4마일 구간인 ‘더 스네이크’는 그 굽이치는 모양 때문에 전설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수년 동안 사고와 난폭 운전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이 구간의 비공식적인 종점인 '에드워즈 코너(Edwards Corner)'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운전자들의 질주와 각종 사고 관련 장면이 수년간 유튜브 채널에 기록으로 남았을 정도로 회자되기도 했다.

2018년 울시 산불과 이듬해 진흙 사태로 인해 이 구간은 심각한 피해를 입어 폐쇄됐고, 남가주 운전 마니아들은 이 도로의 재개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하지만 정작 '더 스네이크'가 재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환영 대신 논란과 외부인의 무관심을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근 주택 소유주와 주민들은 도로가 개통되는 동안 발생했던 끊임없는 배기 소음과 잦은 교통사고에 질려 있는 분위기다.

그들은 이 도로가 일반에 다시 개방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 멀홀랜드 하이웨이를 오랫동안 아껴온 라이딩 클럽 회원들도 과도한 운전자들의 이용이 과거의 무모한 드라이브와 민원을 다시 불러일으켜 아예 도로가 영구적으로 폐쇄될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페이스북 게시자는 멀홀랜드 하이웨이 재개장 소식에 대해서 슬프게도, 무책임한 운전자들이 알게 되면 곧 다시 폐쇄될 것이라고 적었다.

L.A. 카운티 공공사업국은 올해 초 FAQ를 통해서 도로를 영구적으로 폐쇄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당국은 이 도로가 영구 폐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주민들을 위한 핵심적인 접근 지점을 차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더 스네이크'는 이제 공식적으로 개방됐는데, 이 도로를 찾는 모든 외부인들은 이제 지역 사회가 보내고 있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경고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가주 운전 마니아들은 이 도로의 전설을 지키기 위해서 안전 운전과 책임감 있는 이용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