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법무부가 언론인을 상대로 전례 없는 강제 수사에 착수해 미국 언론계 전체에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기밀 문서 유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FBI가 워싱턴 포스트 기자의 자택에 들어가 조사한 것이다.
언론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를 공권력이 세게 선을 넘은 것이라는 지적을 비롯해 본격적 언론 탄압의 시작으로 보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CNN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연방수사국 FBI가, 지난 14일 수요일 워싱턴 포스트(WP) 소속 한나 네이턴슨(Hannah Natanson)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 간의 전면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이 취임한 직후, 기자의 취재 자료나 통화 기록 압수수색을 금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 때의 보호 정책을 폐기하면서 예견됐다.
팸 본디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팍스(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자의 기기들에 국가 기밀 자료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것은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조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FBI는 한나 네이턴슨 기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2대, 심지어 위치 정보가 담긴 가민(Garmin) 스마트워치까지 압수했다.
언론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의 게이브 로트먼은 국가 안보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미국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지적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주 기밀 문서를 불법 보유한 혐의로 기소된 메릴랜드주 계약업체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한나 네이턴슨 기자는 최근에 베네수엘라 관련 기밀 문서를 인용한 보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공직 사회 개편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 등을 작성했다.
워싱턴 포스트 뉴스룸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지만, 즉각적으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맷 머레이 편집국장은 직원들에게 정부가 겁주려 할 때 가장 좋은 대응이 겁먹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회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기자를 보호하고 계속해서 보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번에 자택 압수수색으로 기기를 모두 압수당해서 당장 업무가 불가능해진 한나 네이턴슨 기자는 동료들에게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취재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자이드 국가 안보 전문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들이 지켜온 관례와 규범을 이번 기자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을 계기로 완전히 폐기한 것으로 규정했다.
마크 자이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앞으로 벌어질 대대적인 언론 탄압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자의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취재원 보호라는 저널리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약 법원이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할 경우, 앞으로 국가 기밀을 다루는 모든 보도는 지금과는 달리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