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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질 바이든, 트뤼도… 러 보란 듯 우크라 방문


“스탠드 바이 우크라이나.”(stand by Ukraine)

세계적인 록밴드 U2 리드싱어 보노와 기타리스트 디에지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하철역에 버스킹을 했다. 40여분간 ‘위드 오어 위다웃 유’(With or without you), ‘할렘의 천사’(Angel of Harlem) 등 히트곡을 불렀다. 벤 이 킹이 1962년 발표한 팝 명곡 ‘스탠드 바이 미’를 우크라이나로 개사해 시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보노는 현장을 찾은 시민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은 단지 그들의 자유만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오늘 밤에도 우크라이나 하늘에서는 총성이 울릴 것이지만 여러분들은 결국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초청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서방 동맹 고위급 인사들도 대거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연대 의지를 밝혔다.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을 약속하며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처벌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마을 우즈호로드의 한 학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만났다. 바이든 여사는 젤렌스카 여사 손을 붙잡고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잔혹한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현지 어린이들이 어머니의 날 선물로 종이휴지 곰을 만드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AP통신은 “바이든 여사는 분쟁 지역을 방문한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역사를 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나 크비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리대사도 2차대전 종전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키이우에 방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에게 “(대사관 직원의 복귀는) 우크라이나의 성공과 모스크바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국민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의 증거”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부총리·외무장관 등 내각 핵심 인사들과 함께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이르핀을 방문했다. 트뤼도 총리는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민간 거주지역 등을 둘러봤다. 이후 키이우로 이동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면담하고 현지 캐나다 대사관에 국기를 직접 게양했다.

트뤼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의 책임은 푸틴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러시아인 40명, 5개 단체, 올리가르히(러시아의 신흥 재벌), 국방 분야 관련자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드론 카메라, 위성 사진, 소형 무기, 탄약, 지뢰제거 작전을 위한 재정 지원 등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배르벨 바스 독일 연방하원 의장도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함께 추모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G7 정상들은 이날 “우리는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 혹은 금지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을 약속한다. 시기적절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세계가 대체 물량을 확보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젤렌스키 대통령도 참석했다.

G7 정상들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을 지원하는 금융 엘리트와 가족들에 대한 대응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를 도우려는 세계의 더 큰 의지를 오늘 느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로 대러 추가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채널-1, 로시야-1(러시아-1), NTV 등 러시아 국영 방송사 3곳을 새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 기업은 이들 방송사에 광고나 기타 장비 판매를 할 수 없다. 백악관은 “이들 방송사는 외국으로부터 수익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곳으로, 이는 러시아 국가의 수입으로 되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인들에 대한 회계 및 신탁, 기업 설립, 경영 컨설팅 등 서비스 제공도 금지된다. 백악관은 “이런 서비스는 러시아 기업과 특권층의 부를 축적해 푸틴의 전쟁 장비를 위한 수익을 창출하고, 그 부를 숨기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금융 자회사 가스프롬방크 고위 경영진 27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 스베르방크의 경영진 8명과 러시아 산업은행 및 자회사 10곳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총기 제조업체인 프롬테크놀로지야, 69척의 선박을 운용하는 7개 해운사, 해상예인 기업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은 또 산업용 엔진, 불도저, 목제 제품, 모터 등을 포함해 푸틴 대통령의 전쟁 노력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는 새로운 수출통제 제한을 가한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러시아에 대한 특수 핵물질 등의 수출에 대한 일반 인가를 중단했다.

유럽 국가들은 나치 독일이 항복한 중부유럽표준시(CET) 기준 1945년 5월 8일 오후 11시 1분을 연합군의 승리 시점으로 보고 이날을 종전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러시아는 9일을 전승기념일로 정하고 대규모 퍼레이드 등을 계획 중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