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를 졸업한 지 33년이 흘렀다. 하지만 동기들과 함께 교수님의 수업을 듣던 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교수님은 지식만 가르칠 뿐 아니라 “목회자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돼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줬다. 그 말을 실천하며 사는 제자들은 지금까지 매년 스승의 날이면 교수님을 찾아뵙고 그 가르침에 감사를 전하고 있다. 나사렛대 32기 졸업생들의 이야기다.
1989년 나사렛대를 졸업한 동기 23명 중 국내에서 사역하는 13명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교수님 3명에게 식사를 대접한 뒤 용돈도 챙겨드리고 있다. 동기회 회장인 백석현(66) 송촌교회 목사는 8일 “교수님의 기도와 사랑으로 나를 비롯한 동기들이 신학교 시절을 행복하게 보내고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다”며 “감사한 마음에 졸업 직후부터 찾아뵙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33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스승은 강수명(86) 강삼영(81) 안춘근(76) 교수다. 이제는 모두 강단에서 은퇴했는데도 여전히 찾아오는 제자들에게 오히려 스승들이 감사한 마음이다. 강수명 교수는 “다들 목회하느라 바쁠 텐데 시간을 내 와주는 것이 고맙고 뿌듯하다”며 “내가 당시 구약학을 가르쳤는데 고난 속에 사역했던 선지자들을 소개하며 험난한 목회도 각오하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다들 베테랑 목회자가 돼 나보다 더 능수능란해졌다”고 웃었다.
스승과의 만남은 목회의 어려움을 터 놓고 귀한 조언을 얻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남광현(59) 권관교회 목사는 “처음 목회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교수님들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평소에도 교수님들이 SNS로 좋은 영상이나 말씀을 보내주신다”고 귀띔했다.
옛 추억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다. 32기는 유달리 친밀해 졸업여행도 두 차례나 다녀왔다. 남 목사는 “안 교수님과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 다리가 불편한 안 교수님이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셨는데 내려오는 길이 힘들어 우리가 들것에 교수님을 태워 내려왔다”며 “교수님, 동기들과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목회를 격려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회고했다.
스승의 가르침 덕에 32기는 교단의 중진 목회자들로 성장했다. 올해는 32기에 경사도 생겼다. 지난달 열린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제67차 총회 연차회의에서 윤문기(65) 안중교회 목사가 신임 감독에 당선된 것이다. 윤 목사는 “오는 20일 교수님과 동기들을 만날 예정인데 내가 밥을 사야 할 것 같다”며 “우리가 계속 찾아뵐 수 있도록 교수님들이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자들이 환갑을 넘겼어도 스승은 여전히 제자들 걱정이 앞선다. 안 교수는 “코로나19로 교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애쓰고 있는 제자들이 대견하고 안쓰럽다. 이제 하나님께서 회복케 해주실 것을 믿고 목회에 최선을 다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