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왕훙’(網紅)으로 불리는 인터넷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대만 통일전선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대만 정보기관 수장이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대만 왕훙이 ‘중국 정부가 전세기로 대만인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중국 사주로 조작된 인지전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17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천밍퉁 국가안전국(NSB) 국장은 전날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 업무 보고 전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천 국장은 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현지 교민 철수 계획을 발표했을 때 우크라이나에 있던 대만 왕훙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영상을 올려 ‘중국이 전세기를 보내 대만인도 철수시켰다’고 주장한 일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가 아닌 중국 선전에 있던 대만 왕훙이 중국의 사주로 조작한 인지전임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은 교민을 귀국시킬 전세기 투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만인도 탑승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자 틱톡, 더우인 등 SNS에는 “대만인도 포함된 것을 보고 감동 받았다” “말을 안 들어도 너는 내 아이야 하는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만 외교부는 “정치적 선전이며 허위 정보를 퍼뜨려 우리 정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교민 보호 노력을 폄훼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반발했다.
천 국장은 또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 대만 왕훙이 지난 1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제5회 양안청년발전논단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서도 인지전 가능성이 있다며 주무 부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인지전으로 의심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9월 태풍 때문에 일본 간사이공항에 발이 묶인 대만 여행객이 오사카 주재 대만사무처에 도움을 청했다가 냉대를 받았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 일로 주오사카 대만사무처장이 부임 2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이후 글을 올린 네티즌의 인터넷 주소(IP)가 중국 베이징으로 알려져 중국 정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천 국장은 중국의 완전 통일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까지 되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교국방위에 출석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센카쿠 열도까지 무력 행사에 포함될 것”이라며 “일본은 역내 안보 문제에서 방관자가 아닌 당사자”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