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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빛… 미래 축구선수… 총기 참사, 꽃들이 스러졌다


미국 텍사스주 시골 마을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참사로 어린이 19명은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다. 전 과목에서 A등급을 받은 수재부터 가족 여행을 앞둔 학생까지 이들은 모두 ‘가족의 빛’이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의 신원이 밝혀졌다며 유가족과 친척들이 전해준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제이비어 하비어 로페즈(10)는 사건 당일인 24일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학생에게 주는 ‘아너 롤(honor roll)’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참변을 당했다. 그의 엄마 펄리시아 마티네즈는 축하 행사에서 로페즈에게 “자랑스럽고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로페즈와의 생전 마지막 인사가 됐다. 마티네즈는 “그 순간이 아들과 보낸 마지막 순간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아이의 미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슬퍼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테스 마타(10)는 가족들과 함께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가기 위해 자신의 방안에 달러 지폐를 차곡차곡 모아뒀다. 테스의 언니인 페이스 마타는 “여동생은 가족 여행을 위해 그 돈을 저축하고 있었다”며 “그녀는 가족 모두가 디즈니랜드에 가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정하고 아름다운 내 동생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우지야 가시아(10)는 비디오게임과 바퀴가 달린 모든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가시아의 할아버지는 “내가 알았던 가장 사랑스러운 소년”이라며 “내 손자여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는 지난 봄방학 때 가시아를 마지막으로 봤다면서 “축구를 가르쳐줬는데 아이는 아주 재빠르고 공을 잘 다뤘다”고 회고했다.

총격으로 숨진 교사 에바 미렐레스(44)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딸을 둔 한 가정의 엄마였다. 17년 차 교사로 학생들에게 애정이 많은 신망 받는 교사였다. 유족은 “하이킹도 좋아했고, 오래 살고 싶다며 정말 많은 것을 했었는데 이렇게 가버렸다”고 눈물을 흘렸다.

CNN은 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19명의 아이와 2명의 교사는 모두 같은 4학년 교실에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총격범 살바도어 라모스(18)는 범행을 저지르기 약 30분 전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할머니의 얼굴을 향해 총을 쏜 이후 할머니를 쐈다는 내용과 함께 학교로 향하고 있다는 예고까지 버젓이 써 놨다.

라모스가 지난 17일 AR-15 반자동 소총 스타일의 돌격용 무기 1정을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 드러나자 미국 사회는 분노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8살이 상점에 들어가 전쟁용으로 설계되고 살상용으로 판매되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