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하르키우 교회에 평소 10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최근 보내온 영상을 보니 60~70명의 성도가 눈물로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사람들의 심령이 가난해지면서 하나님을 다시 찾는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이런 부분을 잘 위로하면서 전도해야 하고 양육에 나서려 합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전쟁이 발발한 우크라이나에서 일시 귀국한 정명수 선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총회(총회장 장종현 목사)가 28일 총회 세계선교위원회(위원장 강형규 목사) 주관으로 서울 서초구의 총회관에서 진행한 우크라이나 선교사 초청 간담회에서였다(사진).
이날 간담회에는 전쟁 직전까지 우크라이나에 남아 선교 활동을 펼쳤던 크이우의 김영휘 오옥심 선교사 부부와 하르키우의 정 선교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최근 소식을 전하며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돼 선교의 터전으로 돌아가길 고대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예장백석 총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국 선교사들은 한국 정부의 철수 권고 이후 인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으로 급히 빠져나 왔다. 국내 보도보다 전투지역이 광범위해서 하르키우의 경우 최근 3주간 폭격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소식도 전했다. 점령지역인 헤르손에서는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해 훼손된 시신이 공원에 버려졌다는 소식도 퍼졌다.
오 선교사는 크이우에서 약 40㎞ 떨어진 인근 도시에서 14년간 현지인교회와 노숙인 사역을 하다가 한국에 급히 입국했다. 오 선교사는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노약자들에게 돌아간다”며 “현재 우크라이나는 국경 인근 난민촌은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극심한 식량난으로 하루를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선교사들은 연일 포격이 계속되는 전쟁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다며 전쟁 이후 점점 더 많은 성도가 예배당에 모여든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 선교사는 “우리 교회 성도 중 9명은 국경을 넘어 피난했고, 3명은 하르키우에 남아 있는데, 매일 전화 통화하면서 기도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중”이라며 “포탄이 떨어지고 매일 총소리가 들리는 탓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에 계속 기도로 이겨내자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올해로 30년째 선교 중이라는 김 선교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역하던 중 선교사 추방령에 따라 14년 전 우크라이나로 사역지를 옮겼다. 김 선교사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기고 푸틴 대통령이 장악하게 되면 더는 사역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며 “푸틴이 절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기도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고 자유와 평화를 쟁취한다면 전쟁복구에 기독교 국가와 교회들의 지원이 이어져 복음 전파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덧붙였다.
간담회 모습. 예장백석 총회 제공
이들 선교사에 따르면 정교회가 강세인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은 신학을 하고자 신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입학하는 사례가 많아 기초적인 신학훈련이 부실한 상황이다. 김 선교사 부부는 아브히반석교회를 통해 현지인 신학교를 하는 것이 꿈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선교사들을 격려한 김진범 예장백석 총회 부총회장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은 모두 같겠지만 지금은 기도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다”면서 “속히 어둠의 그림자, 전쟁의 공포가 물러나도록 기도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향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강형규 목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선교사님들께서 사역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이렇게 전쟁으로 또 아픔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생명을 바쳐 수십 년 간 선교하시고 교회를 세운 선교사님들이 사역을 내려놓고 한국에 계실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 같다”고 위로했다. 이어 “우리 총회와 선교위원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장백석 총회와 세계선교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선교사 가정에 국내 긴급 체류를 지원하기 위한 금일봉을 전달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긴급 임원회를 열고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난민 돕기 모금캠페인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