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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삽화’ 파문 中, 이번엔 일본군 미화한 사진 실려 네티즌 분노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아동을 추하게 묘사하고 성추행하는 모습의 삽화가 실려 파문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엔 일본군을 미화한 사진이 발견돼 중국 네티즌이 들고 일어났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1일 일본군이 나이 든 중국 여성을 등에 업고 가는 사진이 실린 참고서가 도마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포털과 SNS에 따르면 산시성의 한 출판사가 펴낸 초등학교 2학년 어문 부교재에 일본군 병사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을 등에 업고 가는 사진이 실렸다. 그리고 이 사진 옆에는 ‘레이펑의 고생’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단원이자 인민해방군 병사로 근무하다 22세 나이에 교통사고로 숨진 레이펑은 사후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당과 인민에 헌신한 사실이 알려져 중국에서는 멸사봉공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해당 출판사는 “우리도 원인을 찾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만행을 경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사진이라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교과서가 문화 침탈의 수단이 됐다거나 중국인을 비하하는 서구의 시각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친안 톈진대 로스쿨 인터넷정책법연구센터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외부의 적대 세력이 중국인들의 미학과 사고를 해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SNS에서는 홍콩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중국 본토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거나 극단주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교과서가 활용된다고 주장이 퍼졌다.


중국에서 교과서 삽화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전날 공지를 내 인민교육출판사의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삽화 문제를 조사할 전담팀을 꾸려 즉시 시정하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전역의 초·중·고교 교과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문제의 삽화 논란은 한 네티즌이 중국 SNS 웨이보에 수학 교과서에 실린 삽화 속 어린이들의 표정이 기괴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삽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디를 쳐다보는지 시선이 흐릿하고 혀를 내밀고 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거꾸로 그려 넣거나 미국 성조기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한 어린이가 나오는 삽화도 발견됐다.

아동 성희롱으로 볼만한 삽화도 여럿이었다. 고무줄 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의 속옷이 보이거나 남자 아이의 성기를 그려 넣는 식이다. 성인 남성이 여자 아이를 뒤에서 껴안는 장면도 있다. 중국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매일 공부하는 교재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삽화 수준이 형편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삽화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우모 작가의 출신 학교와 회사 등 신상을 공개하며 매국노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또 이런 교과서를 검정한 정부 부처에 대해서도 심사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