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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100일… 전쟁 장기화에 글로벌 경제 휘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일(현지시간)로 100일을 맞게 된다. 당초 세계 2위 군사강국 러시아가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선전과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상황은 동부 돈바스 전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전쟁 장기화와 식량의 무기화 등으로 세계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현재 전쟁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주)을 중심으로 한 양측의 소모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무기대여법까지 발동하며 우크라이나군에 중화기를 보내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계약제 군인 모집에서 상한 연령을 없애는 군복무법 개정안에 서명하며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핵전력을 동원한 기동훈련까지 실시하며 연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돈바스 전투의 결과에 따라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루한스크주의 보급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해 돈바스 지역의 80% 정도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돈바스의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학살’을 막겠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기 때문에 돈바스를 완전 점령할 경우 전쟁 중단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 상태로 영토를 되돌려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방이 무기 지원과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만큼 우크라이나도 영토 수복을 위해 전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는 큰 불황을 겪고 있다. 2년여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은 전 세계 공급망의 혼란을 가중시켰고 인플레이션을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주요국의 경제 성장률을 깎아내렸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전쟁은 원유, 가스, 밀 등 주요 원자재와 상품의 공급·물류를 막히게 해 연료부터 식품까지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월 8.5%로 40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한 데 이어 4월 8.3%로 집계됐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1%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치였다.

전쟁으로 밀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며 세계 곳곳에서는 다른 식량까지 수출을 제한하는 분위기도 확산됐다. 인도는 밀과 설탕에 이어 쌀까지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판매를 제한했고, 곡물 수출량을 할당하는 국가도 늘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여개 국가가 식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전쟁은 선진국과 빈곤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지 않은 국가들은 수입 가격 상승,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식량 부족, 물가 폭등에 따른 민생고는 빈곤국의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며 국제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