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플래티넘 주빌리) 마지막 날인 5일(현지시간) 깜짝 등장해 앞으로 왕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왕은 첫날 행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날 등장으로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여왕은 초록색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타나 손을 흔들며 나흘간 성대히 치러진 ‘플래티넘 주빌리’의 마지막을 지켰다. 플래티넘 주빌리는 한 나라의 군주가 재위 70주년을 맞이했을 때를 뜻하는 말로 여왕의 공식 생일 축하 행사도 겸한다. 1952년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70주년을 맞은 영국 최초 군주로 올해 96세다.
여왕은 플래티넘 주빌레를 마감하는 성명에서 “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있었다”며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계속 섬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여러분의 여왕으로 70년을 기록하게 되었는지는, 나에게는 지침이 될만한 가이드북도 없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와서 나의 즉위 70년을 축하해준 데 대해서 나는 깊이 감동했고 새삼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여왕의 즉위 기념행사 마지막 날에는 영국 현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이 곳곳에 등장했다. 참가자 1만명, 3㎞ 길이의 화려한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클리프 리처드 등 원로가수와 젊은 가수 에드 시런까지 공연을 펼쳤다. 또한 여왕이 대관식 때 탔던 번쩍이는 260년 된 ‘황금 마차’가 20년 만에 도로에 등장했다.
이번 행사에선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 부부는 여론을 감안해 조용히 활동했다.
다만 여왕 사후에는 영국의 군주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에서 군주제 지지가 낮아지고 있고, 여왕이 군주로 있는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 공화국 전환 바람도 불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