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북부 하르키우주부터 동부 돈바스 지역, 남부 헤르손주에 이르는 광활한 전선에서 대반격에 성공하면서 수복 지역을 파죽지세로 늘리고 있다. 지난 1주일간 러시아군을 쫓아내고 되찾은 국토가 5개월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보다 두 배 가까이 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심야 화상연설을 통해 “9월 들어 우리 군이 6000㎢ 이상을 해방시켰다”면서 “진격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근거로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도네츠크주의 3200여㎢를 획득하는 데 5개월의 시간과 엄청난 병력, 무기를 소진한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되찾는 데 1주일만 걸렸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수복 지역 규모는 하루 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탈환한 영토가 3000여㎢”라고 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진격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정착지 20곳을 해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 당국은 러시아군이 대거 항복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통신과의 접촉에서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러시아 군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전반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주변에서 그동안 점령한 영토 대부분을 내주고 북쪽과 동쪽으로 철수했다. 러시아군 다수는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전력이 급격히 무너지자 러시아 내부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NYT는 “최소 40명 이상의 선출직 공무원이 푸틴 대통령의 사임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주장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면서 “러시아 정국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푸틴에 대한 전면적·공개적 반대 자체가 매우 새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