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지수, CPI가 전망치보다 훨씬 더 낮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달러화, 국채금리 등 긴축통화정책과 관련있는 수치들이 10월 CPI 발표가 나온 이후 약화되고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평균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가 10월 CPI 발표가 나오자 110.55에서 108.21로 하락했다.
지난 2009년 이후 13년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국채 10년물 금리가 0.3%p 내려가 3.8%대에 머물렀고 국채 2년물 금리도 4.62%에서 4.33%로 0.29%p떨어졌다.
국채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난 수개월간 맹위를 떨치던 달러화 현상이 빠르게 약화됐고 기준금리 영향을 강하게 받는 국채 금리도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Fed가 다음달(12월) 중순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있어 국채 금리가 내려가고, 달러화 약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10월 CPI 급하락은 지난 수개월간 계속된 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그동안 고공행진 중이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앞으로는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CPI는 Fed가 물가 수준을 판단할 때 근거로 삼는 핵심 지표인데 이번 10월 CPI는 전년(2021년) 동월 대비 7.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 7.9%를 밑돌며 지난 1월(7.5%) 이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시장은 이제 Fed가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긍정적 희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12월 금리인상이 0.5%p를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전날 57%에서 85%로 28%p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Fed가 5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 즉 0.75%p를 또 올릴 가능성은 43%에서 15%로 28%p나 확 줄어들었다.
CPI 발표 전에는 Fed가 내년(2023년) 중순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가 6%대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하루 만에 최종 기준금리가 5%대에서 머물 수있다는 예측, 더 나아가 5%대로 가지 않고 4%대 후반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금리인상 속도조절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Fed 고위 인사들도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반기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메리 데일리 S.F.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월 CPI에 대해 정말로 좋은 뉴스라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긍정적인 물가 지표가 여러 번 나와야 안심할 수 있다고 언급해 다음달(12월)에 나올 11월 CPI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메리 데일리 S.F.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다른 경제 Data보다 후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당한 금리인상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좀 더 점진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지 Wall Street Journal은 이번 10월 CPI 결과가 Fed가 12월 기준금리를 0.5%p만 인상할 여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조셉 라보르그나 SMBC니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10월에 CPI와 근원 CPI 모두 하락했는데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실업률이 지금처럼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더뎌지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NY 시립대 교수는 Twitter 자신의 계정을 통해서 이번 10월 CPI 결과가 대단히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폴 크루그먼 NY 시립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시나리오가 점점 그럴듯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10월) 실업률은 3.7%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는데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 실업률이 지금과 비슷한 정도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낮아진다면 연착륙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꺾였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월 CPI 결과가 인플레이션 완화로 나타나 가계, 투자자, Fed 관계자 등 모두에게 기쁨을 줬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플레이션이 7.7%로 전 달 9월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비스 분야에 대한 수요가 높고, 임대료 하락이 정부 수치에 반영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살 과티에리 BMO 캐피털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막 정점을 벗어난 한 달 치 Data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단 한 달의 보고서에 너무 많은 자신감을 가질 수는 없다고 언급해서 앞으로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나타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Market Watch도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진정되려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연 2% 미만으로 내려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Market Watch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