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최대 격전지인 루한스크주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군사적 손실이 막대한 상황이라 결국 동부를 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는 본토에서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육로를 연결하며 전쟁의 1차적 목표도 달성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며 “도시 내 산업지대는 아직 우리가 방어하고 있지만 시내 거리에서는 시가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특수부대를 활용한 반격으로 도시 절반을 탈환하기도 했지만 이후 뒷심 부족으로 러시아군에게 도시 전체를 내줬다.
전황은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루한스크주 내 우크라이나 통제 하에 있는 리시칸스크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리시칸스크를 연일 포격하며 동부 완전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전쟁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지속력에 달려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심지어 러시아군에 비해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겠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분석가이자 대통령 보좌관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하루에 최대 150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800명이 부상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가 올리커 국제위기감시기구 이사는 “양측 모두 최후의 군대가 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육로를 개설하며 남부와 동부를 장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크림반도-돈바스 육로 연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2014년 이후 크림반도를 장악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육로가 막힌 상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번 조치로 숙원을 해결하게 됐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화상 회담을 통해 “러시아군이 국영 철도사의 지원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1200㎞의 철도 선로를 복원하고 도로를 개통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확보하고 전쟁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러시아는 남쪽 헤르손 등 점령 지역에서 이미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고 있고, 러시아에 적대적인 우크라이나인을 강제 추방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