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덴마크가 북극의 작은 무인도를 두고 반세기 동안 벌인 영유권 분쟁인 ‘위스키 전쟁’을 끝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와 덴마크 외무부는 1.2㎢ 크기의 한스섬을 암반 노출부를 따라 거의 똑같은 크기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각각 밝혔다.
캐나다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과 제페 코포드 덴마크 외무장관, 무테 부르프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한스 아일랜드 분할에 합의하는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한스 섬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와 캐나다의 엘스미어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섬으로, 1971년부터 양국이 각자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이 계속됐다.
덴마크는 이 섬이 그린란드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는 19세기 때 미국과 영국의 북극탐험대가 이 섬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양국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양국 정부 관계자와 과학자, 군인들이 번갈아 섬을 방문해 앞서 상대국이 꽂아둔 국기를 치우고 자국 국기를 꽂는 일을 반복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이곳을 찾는 캐나다 방문객들은 자국산 위스키병을, 덴마크 측은 자국 전통주인 슈납스 병을 섬에 놓고 가면서 이 분쟁에 ‘위스키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던 2018년 양국은 합동 실무그룹을 만들어 분쟁 해소에 나섰고, 4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이날 합의문에 서명한 양국 외무장관은 각각 위스키와 슈납스를 주고받으며 ‘위스키 전쟁’의 마무리를 기념했다. 양국은 각자 국회 비준을 거쳐 합의 내용을 확정하게 된다.
이번 합의로 두 나라는 북쪽 링컨해에서 남쪽 래브라도해까지 3882㎞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해상 국경을 갖게 됐다고 덴마크 외무부는 밝혔다.
이번 합의는 특히 국제 분쟁을 전쟁이 아닌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캐나다 멜라니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세계 안보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덴마크 왕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원주민들과 함께 손잡고 국제법에 따라 분쟁을 해소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도 양국의 이번 합의에 대해 북극 영유권을 분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단합에 나선 신호라고 평가했다.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군사학 교수인 소렌 노비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는 북극에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에 모범을 보인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북극에) 개입하는 한 그것이 현실적인 조치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