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이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열린 제33회 연회에서 내세운 키워드 중 하나는 공교회성과 비슷한 의미를 띠는 연결주의(connectionalism)였다. 김 감독은 “한국의 감리교단이 장로교처럼 쪼개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연결주의 때문이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감리교회는 서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엔 ‘웨슬리 선교기금’이 있었다. 이 기금은 연회 소속 모든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매달 생활비 7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구상된 것으로, 당시 연회에서 논의된 건의안이었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는 기금 조성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립 교회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교회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상황에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결국 추후에 연회 실행부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교회는 섬기고 나누고 함께 세우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함께 이 시대를 헤쳐나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당시 연회에서는 김 감독의 발언이 끝나자 “아멘”이라는 외침과 함께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약 50일이 흐른 지난 10일 서울남연회는 광림교회에서 실행부위원회를 열고 기금 조성을 최종 결의했다. 서울남연회 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교회가 공적 책임을 함께 지자는 차원에서 기금 조성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행부위원회에서는 참석자 37명 전원이 기금 조성에 찬성했다”며 “이제부터는 개교회 차원을 넘어, 연회 본부에서 구조적으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남연회에 따르면 이 연회에 소속된 교회는 413곳이며, 이 중 1년 경상비가 4000만원 미만인 미자립교회는 178곳이다. 미자립교회와 ‘도약교회’(1년 경상비 4000만~1억원 규모) 93곳을 제외한 교회들은 앞으로 매년 재정의 1.7%를 부담금으로 내놓게 된다. 연회는 이를 통해 매년 11억원 넘는 기금을 마련하며, 부족한 금액은 교회의 특별 헌금이나 연회 재정으로 충당한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매달 7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은 내년부터 4년간이다.
서울남연회의 결정은 미자립교회 목회자 이슈를 다시금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단 소장파 목회자들의 모임인 ‘새물결’에서 전국 총무를 맡고 있는 황창진 목사는 “그동안 미자립교회 문제 해결은 개교회들의 온정주의에 기댄 측면이 강했다”며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들이 제도화의 길에 들어섰다는 의미를 띤다”고 평가했다.
웨슬리 선교기금 외에도 기감에서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나오는 분위기다. 최근 경기연회 동탄지방회에서 내린 결정이 대표적이다. 기감은 앞서 지난해 10월 입법의회에서 모든 목회자의 국민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겐 국민연금 가입은 부담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목회자가 한두 명이 아니어서다.
동탄지방회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달 22일 실행부위원회를 열고 이달부터 동탄지방회 소속 미자립교회 목회자 10명의 국민연금 최저납부액(10만원)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근수 경기연회 감독은 “오는 8월 열릴 연회 실행부위원회에서 국민연금 납부액 지원을 연회 전체로 확대할지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마도 확대 여부는 내년 연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