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알 수 없는 봉쇄 정책에 질린 중국인들 사이에서 중국 탈출법을 연구하는 ‘윤학(潤學)’ 열풍이 불고 있다.
홍콩 명보는 19일 상하이 봉쇄 여파를 다룬 특집 기사에서 올해 봄 상하이의 코로나19 상황은 지난 2020년 초 우한 사태 이후 최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하이 주민들은 정부 조치에 엄청난 환멸을 느꼈고 봉쇄가 해제되자 이사나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 인해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윤학 열풍이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 따르면 윤학은 다른 나라의 높은 복지를 누리기 위해 국내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이민 업체나 유학 기관이 내놓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윤학으로 불리게 됐다. 윤의 중국어 병음은 ‘룬(run)’으로 뛴다는 뜻의 영어 ‘런’과 발음이 같아 해외 이민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인다.
상하이에선 2500만 주민이 두 달 넘게 집에 갇혀 있는 동안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상호 불신이 커졌다.
미·중 합작관리회사 비안인터내셔널은 명보에 “미국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 포털과 SNS에서도 이민 관련 검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4월 바이두의 ‘캐나다 이주 요건’에 관한 검색량은 전달 대비 2846%, ‘어느 곳으로 출국하는 게 좋은가’ 검색량은 2455% 증가했다. 이민 검색이 급증한 지역은 상하이, 톈진, 광둥성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강도 봉쇄 조치가 취해진 곳들이다. 이민 목적지로 가장 많이 검색된 나라는 호주, 미국, 캐나다 순이었다.
중국에선 올해 초부터 윤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 이면에는 극심한 빈부격차, 취업난, 비싼 집값과 생활비, 코로나19 정책 불확실성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현실에 저항하는 몸부림 중 하나가 일도 결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지낸다는 의미의 ‘탕핑’이고, 아예 중국을 떠나는 ‘윤학’ 열풍이라는 것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