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 전면해제 이후 교인들의 회복세가 더뎌 고민에 빠진 교회들이 이번엔 치솟는 물가와 유가, 금리 인상이라는 경제 위기를 만나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들 악재가 당장 개선될 여지가 적은 가운데 ‘트릴레마’(3중 딜레마)에 빠진 교회들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교회 건축 등으로 부채가 있는 교회들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이 가파르게 늘면서 ‘빚’ 가운데 헤매고 있다. 교회 건물을 담보로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은 교회들은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직격탄을 맞는다. 더욱이 코로나 여파로 헌금까지 줄고 있어 위기감은 가중된다.
교회가 재개발 용지에 수용되면서 어쩔 수 없이 건축해야 하는 교회들의 고민도 크다.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 A교회는 조만간 종교부지에 건축을 시작해야 한다. 이 교회 B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랜 세월 기다린 교회 건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금리가 너무 올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면서 “선택의 여지 없이 건축을 해야 하는데 몇 달 안에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다 보니 성도들의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북 익산의 C교회 D목사는 “거리두기 전면해제와 맞물려 유가가 치솟고 있지만, 교인을 한 명이라도 더 교회로 초대하기 위해 반쯤 빈 교회 승합차를 주일마다 운행하고 있다”면서 “보통 디젤유를 가득 넣으면 12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7만원이 들어 부담된다”고 말했다.
2년 넘도록 닫혔던 교회 식당을 여는 것도 짐스럽다. 식당 회복은 교인들이 함께 식사하며 ‘식탁 교제’를 나눈다는 점에서 사역 정상화의 잣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교회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식당 장바구니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2일 교회 식당을 연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는 연일 오르는 식재료비 상승에 걱정하고 있다. 식당 봉사를 이끄는 김옥자 권사회 회장은 “몇 년 만에 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탁 교제를 재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쁨이 크고 감사하다”면서도 “칼국수를 준비하려 해도 밀가루 가격이 너무 올라 고민하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식당 봉사자 구하기도 난제다. 서울 중구 E교회 F장로는 “교인들에게는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염려로 식당 재개를 늦춘다고 공지했지만 사실 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운 게 근본적 이유”라면서 “특히 40~50대 교인들이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 느려 식당 재개 일정을 잡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5.4% 오르며 2008년 8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7%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지만 체감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1% 포인트 올리게 되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에 달할 예정인 것도 암초다.
박종순 한국교회지도자센터 대표는 “전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 교회가 편한 길을 찾을 방법은 없다”면서 “교회는 물론, 교인 가정도 근검과 절제를 실천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려 애쓰기보다 신앙의 내실을 다지며 교회의 건강성을 키우다 보면 회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