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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생애 첫 내집 마련’ 꿈 좌절…집값·인플레·금리 삼중고


미국에서도 생애 첫 내 집 마련의 꿈이 좌절되고 있다. 재고 부족으로 집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 부담마저 겹쳤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사람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리면서 렌트비도 상승하고 있다. 임대료 외에도 휘발유,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이 덩달아 올라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 마련은 어려워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지난 5월 전체 주택 판매의 27%로 지난해 같은 기간(31%)보다 4%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주택 매매에서 생애 첫 주택 구매자 비중은 34%였다. 저금리 상태인데 주택 가격은 상승 추세여서 무주택 ‘영끌’족들이 시장에 대거 뛰어들어 201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재고 부족으로 입찰 경쟁은 계속되고 있고, 집값 역시 지속 상승해 부담이 늘었다.

실제 지난 5월 팔린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0만76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14.8% 상승한 가격이다. 미국에서 월별 기존주택 중위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건 123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집값과 금리 부담에 주택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한 사람이 늘어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보다 3.4% 감소한 541만 건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감소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8.6% 낮다.

매매 수요가 줄어든 건 그만큼 입찰 경쟁도 줄었다는 의미여서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재고 부족 상황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

전체 주택 재고는 116만 채로 지난 4월보다 12.6% 늘었지만, 전년 동기(121만 호) 대비 여전히 4.1% 부족한 상태다. 뉴욕주의 경우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8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35.2%나 급증했지만, 주택 재고는 같은 기간 4만3458채에서 3만5573채로 18.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안정되려면 총 재고가 150만~200만 채 정도가 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로 향후 수개월 추가적인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적절한 가격에 나온 주택은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며 “주택 가격을 진정시키려면 재고 수준을 거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시장에 나온 매물이 거래 완료되는 데 걸린 시간은 16일이었다. 집값 과열 상태였던 지난해 4~5월(17일)보다도 짧다. 지난 5월 판매된 주택 88%는 한 달 안에 거래가 완료됐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여전히 시장이 빡빡하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은 현금 부자들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거래 완료된 매물 넷 중 하나(25%)는 판매자가 선호하는 현금 거래로 진행됐다.

미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우는 “주택 판매자 60%가 최소 2건의 구매 제안을 받았다. 또 지난 4월 판매된 주택의 절반 이상은 내놓은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됐다”며 “이는 1년 전보다 37%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웃돈 거래가 많다는 의미다.

이달 초 발표된 질로우 설문조사에서 주택 구매자 30%는 “현금 구매자 때문에 입찰 경쟁에서 손해를 봤다”고 답했다. 대부분이 생애 첫 구매자인 MZ세대의 61~65%는 주택 구매 과정에서 한 번 이상 좌절을 겪었다고 한다.


임대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전국 임대료 상승률(렌트닷컴 기준)은 침실 한 개짜리 매물이 25.5%, 두 개짜리 매물이 26.8%에 달했다.

리얼터닷컴은 “매물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애 첫 구매자에게는 어려운 시장”이라며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임대료도 최고치를 깨고 있어 계약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첫 구매자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주 자이언트 스텝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집을 사려는 젊은 층이라면 (계획을)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공급이 균형을 찾고,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다시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