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로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석유의 수출길이 막혔다. 하지만 러시아가 원유 가격을 할인하자 중국과 인도가 대량 사들이면서 세 나라가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가 할인된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수 조치로 인해 지난 3~5월 유럽으로 공급된 원유는 하루 55만4000배럴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판매량은 하루 50만3000배럴 증가해 수출 감소 분량의 빈자리를 채우는 수준으로 대러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인 국가는 중국과 인도다. 중국의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4월 대비 28%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가 중국의 원유 최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로부터 84만1000배럴을 사들였으며 이는 지난해 평균의 8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인도는 이달에만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인 우랄유는 영국의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최대 37달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도로서는 자국 에너지 수요 충당은 물론 통화 가치를 지키는 등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정부가 자국 석유 기업들에 러시아산 원유를 더 많이 구매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러시아 원유 운송 선박에 대해 보험을 금지하기로 했으나 효과가 단번에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인도 정부가 원유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인도와 중국의 국영 보험회사가 보험을 제공할 경우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YT는 EU의 보험 제재가 수입 관련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러시아산 원유가 값싸게 거래되고 있어 중국과 인도가 계속 구매할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요는 세계적으로 높다. 러시아는 서방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대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알렉세이 밀러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대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경제회의에 참석해 “유럽에 대한 악의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지난달 전월 대비 17억 달러(2조2000억원)를 더 벌어들였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달 유가 급등으로 정부 국고에서 석유와 가스 수출 등 에너지 관련 수입만 약 60억 달러(8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빅토르 카토나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 분석가는 “아시아가 러시아 원유 생산을 구했다”며 “러시아가 (대러 제재로) 원유 생산을 줄이기는커녕 팬데믹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