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가 끝나가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부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CNN은 4일(현지시간) 한국에서 발생해 온 직장 내 괴롭힘을 ‘gapjil(갑질)’로 소개하면서 재택근무와 함께 갑질도 돌아왔다고 전했다.
CNN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과 지난달에 시행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5%가, 지난달 조사에서는 29.6%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과 3개월 사이 6.1%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CNN은 이에 대해 “직원들이 주로 재택근무를 했던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는 감소했다”면서 “최근 다시 대면 근무가 재개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과 시간제 근로자들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직장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언어폭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폭력도 당했다고 답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더라도 사측으로부터 별도의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직장 내에서 배제당했고 동료 앞에서 상급자에게 모욕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응답자 대부분은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까 신고하지 않았다. 정신 건강이 악화됐다는 답변에 비해 실제 치료와 상담을 받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한국어로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뜻하는 '갑질'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고질적 문제”라며 “특히 한국의 정·재계의 유력 가문에서 이 같은 일들이 성행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이명희씨 사건을 언급했다. 이씨는 2018년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등 직원들에게 막말을 퍼붓고 폭행을 저지른 이른바 '직원 갑질 폭행' 사건으로 기소돼 지난 2020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CNN은 당시 이씨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이 노동 인권 운동에 타격을 줬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은 직장 내 괴롭힘 등 갑질 근절을 위해 2019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