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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깬 우크라 女수학자 “수학, 고통 잊게 도와”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수학자인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가 수학이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전쟁 고통 속에 이뤄낸 성과이자, 여성으로서 역대 2번째 수상으로 수학계 ‘유리천장’을 또 한번 깬 쾌거다.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수학연맹(IMU)은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2022 국제수학연맹 시상식에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옥스퍼드대 교수와 함께 비아조프스카 교수를 올해 필즈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 전까지 역대 60명의 필즈상 수상자 중 여성은 2014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카니 스탠퍼드대 교수가 유일했다. 이날 수상으로 역대 여성 수상자가 2명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아조프스카 교수도 수상 소감을 통해 “제가 단지 두 번째 여성 수상자라는 사실이 슬프다”면서 “(여성 수상자가 많이 나오게끔) 앞으로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2018년부터 스위스에서 로잔 연방공대 학과장을 맡고 있지만, 그의 시작은 우크라이나다. 1984년 당시 소련이었던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태어난 그는 키이우에 있는 타라스 셰브첸코 국립대에서 공부한 후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공과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위스로 넘어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아조프스카 교수와 그 가족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부모님은 여전히 키이우 근처에 살고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족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의 자매와 어린 조카는 전쟁을 피해 키이우를 떠나 현재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있는 스위스로 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전쟁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수학은 내 안의 두려움과 고통을 잊도록 도와줬다”고 밝혔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지난 3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사망한 젊은 수학자 율리아 즈다노프스카(21)에 대한 애도도 표했다.

그는 “율리아는 빛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고 그녀의 큰 꿈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면서 “‘젊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 끔찍한 전쟁에서 낭비된다면, 교수로서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필즈상 시상식도 당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크라니아 침공으로 인해 헬싱키로 장소가 바뀌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2016년 고차원에서 케플러 추측을 해결한 성과로 필즈상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케플러 추측은 정해진 공간 안에 구를 최대한 많이 쌓는 방법을 푸는 문제다. 1998년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해 3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됐지만, 이후 고차원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이 문제 연구에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 8차원과 24차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공식(magic formula)’을 발견했다. 이는 수학과 대학원생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