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제재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금지되자 유럽이 ‘에너지 주권’ 회복에 사활을 거는 형국이다. 원자력을 ’녹색에너지 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데 이어 프랑스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완전 국영화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6일(현지시간) 에너지 주권을 지키기 위해 EDF를 완전 국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금지로 야기된 에너지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프랑스의 에너지 독립을 보장하고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핵발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는 등 원전 의존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 이상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DF는 현재 84%인 정부 지분을 100%로 올릴 예정이다. EDF는 프랑스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 등 다른 유럽국들에 비해 러시아에 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가 낮지만 에너지 독립을 유지하고 녹색에너지 시대를 대비하려면 낡은 원자력 발전소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마크롱 대통령은 2035년까지 517억 유로(68조7429억원)을 투입해 대형 차세대 가압 경수로 반응로 14기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독일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에너지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제 법안을 마련해 8일 의회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가스를 사지 못하고 더 비싼 현물시장에서 가스를 조달하느라 재정 상황이 나빠진 유니퍼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다. 독일 정부는 유니퍼 지분 최대 25%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국유화될 가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우리는 가격이 상승하고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올겨울 기본적인 에너지 공급을 지속하고 에너지 시장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럽의회는 이날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이번 규정집 개정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과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따른 조치를 해석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EU회원국들로 하여금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한 에너지생산 대안으로 원자력을 활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다량의 방사성 페기물 배출과 폭발시 엄청난 환경공해를 일으켜 녹색 에너지원을 인정받지 못했던 원전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점이 인정됐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천연가스는 다량의 부유물질까지 배출하는 석탄보다는 깨끗하다는 점이 인정돼 중간단계의 대체재로 인정받았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