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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 목회’ 공론화 보폭 넓혀간다


한국교회가 급변하는 현실에 발맞춰 이중직 목회의 길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주요 교단들은 이중직 목회자 현실을 연구하고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교회 80% 정도는 목회자가 생계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직 목회에 대한 논의는 목회자 생계 보장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중직을 통해 자비량 목회나 선교형 목회로도 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배광식 목사)은 7일 경기도 의정부 사랑과평화의교회(김영복 목사)에서 ‘사회 변화에 따른 교단의 미래 대응 로드맵’을 제목으로 미래 정책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교세 감소에 따른 이중직(자비량) 목회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현표 총신대 신대원 교수는 “한국교회 절반 정도가 1년 예산이 3000만원(도시교회 3500만원, 농·산·어촌교회 250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미자립교회”라며 “겸직(이중직) 목회야말로 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겸직 목회는 성경적 진리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면서 “교단이 겸직 금지 조항을 해제하고 겸직 목회를 하는 목사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2016년 논문인 ‘목회자 겸직에 대한 실증 연구’에서 담임목사 35%가 겸직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예장합동은 총회 차원에서 이중직목회자지원협의회 발족을 추진하고 있다. 교회자립개발원 이중직지원위원회(위원장 정계규 목사)는 앞서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총회 회관에서 ‘목회자 이중직 설명 및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중직 목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협의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박행 이중직지원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은 “이중직 목회자 다수가 이중직을 시작할 때 주변 시선 때문에 내적 갈등을 겪는다”며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교단) 법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예장합동은 2018년부터 미자립교회 목사에 한해 이중직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노회의 ‘특별한’ 허락을 받도록 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장통합(총회장 류영모 목사)은 자비량(이중직) 목회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는 오는 9월 열리는 제107회 정기총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총회 담당 부서인 정치부는 지난 4월 간담회에서 자비량 목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어느 정도 얻은 상태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도 미자립교회 목회자에 한해 제한적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다.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고명진 목사)는 이중직에 관한 별도의 규약 없이 목회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은경 목사)도 별도의 규칙이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불가피하게 이중직을 선택한 목회자가 늘어난 가운데 각 교단도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는 아직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법제화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기하성 총회 서기인 강인선 목사는 “교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목회 현장 상황을 감안할 때 목회자 이중직 공론화는 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면서 “조만간 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김주헌 목사)도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5월 교단 목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중직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35.9%였고 ‘제한적 허용’은 45.7%로 찬성 응답자 비율이 81.6%로 나타났다. 이중직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73.3%가 ‘생계유지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주헌 총회장은 최근 “죽어도 예배당에서 죽는다는 의지로 사역한다면 엘리야에게 까마귀를 보내시는 하나님이심을 믿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정말 어려운 교회를 경상비 기준으로 구분해 이중직 허용 기준을 세워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 교단은 이중직에 대해 아직 부정적이다. 이영한 예장고신 사무총장은 “개혁신학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다만 생계가 어려운 목사에 한해 허용을 신중하게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장합신 총회신학연구위원회는 2019년 보고서에서 이중직에 대해 다른 직무를 부차적으로 한다는 의미로 ‘겸직’이란 용어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주화 박용미 임보혁 장창일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