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최연소’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가진 정치인이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상징적인 인물로 역사문제를 놓고 한·일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유명 정치 가문 출신이다.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자민당 간사장의 후광으로 1993년 일본 국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는 2006년 9월 ‘최연소 총리’ 타이틀과 함께 52세의 나이로 총리에 오르지만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1년 만에 사임한다. 이후 2012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2차 집권을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시기 6번의 대형 국정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2020년 8월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사임할 때까지 7년 8개월 동안 집권하며 ‘최장수 총리’ 타이틀까지 얻었다. 그는 아베노믹스로 2012년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76%의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퇴임하던 2020년 8월 양적 완화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경제 역성장이 시작됐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일본은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교·안보에선 극우의 길을 걸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안보 관련 법을 정비해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또 미·일 동맹을 굳건히 해 인도·태평양에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그가 재집권한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심각해졌다.
한·일 관계도 좋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강제성을 인정했지만 아베 전 총리 집권 이후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기술은 고노 담화와 정반대로 갔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한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2019년 7월에는 수출규제까지 강행하며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에 성공한 다음 해인 2013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고, 총리 재임 시절 8년 연속 공물 봉납을 하며 비판을 사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9월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 내 최고 파벌인 아베파(옛 호소다파)의 수장으로 ‘상왕’ 노릇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를 만드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퇴임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