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성범죄자가 자진해서 화학적 거세(성 충동 약물치료)를 택할 경우 감형하는 법안이 태국 의회를 통과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은 13일 태국 의회에서 성범죄자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주사를 맞을 경우 형기를 줄여주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2월 하원에 이어 전날 상원에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정신과 등 최소 2명 이상의 의료전문가 승인과 범죄자의 동의가 있을 때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은 찬성 145표, 기권 2표로 반대표 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솜삭 텝수틴 법무장관은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법안의 빠른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태국 교정당국은 2013~2020년 성범죄를 저지른 1만6413명 중 4848명이 재범이었다고 밝혔다.
화학적 거세는 3개월마다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1회당 약 10만밧(360만원)이 소요된다.
다만 이 법안의 효율성 등을 놓고 의문과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약물요법이 성범죄 감소에 실질적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성범죄자들이 약물로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과 화학적 거세가 성적인 욕구를 줄인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또 약물을 이용한 방법으로는 근본적으로 성범죄를 해결하지 못하며, 죄수들이 교도소에서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교화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안은 상원에서 일부 수정한 내용 승인을 위해 하원으로 다시 보내지며, 이후 왕실의 허가를 거쳐 발효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태국은 폴란드, 한국, 러시아, 에스토니아, 미국 일부 주에 이어 화학적 거세를 사용하는 소수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