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회의에서 사상 첫 1.00% 포인트 초대형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미국과의 금리 역전현상을 막기 위해 역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에 나서야 할 부담을 키웠다. 세계 주요국의 동시다발적 금리인상 전망으로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고조됐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13일(현지시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 직후 기준금리 1.0% 포인트 깜작 인상을 발표했다.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인상이다. BOC는 “인플레이션이 지난 4월 통화 정책 보고서 예측보다 높고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앞으로 몇 달 동안 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선제적 금리 인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0.75% 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을 경악하게 했다”며 “캐나다의 금리 인상은 미 연준이 이달 금리를 최소 0.75% 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자이언트 스텝 이상의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준의 금리 인상 수준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기준금리 1% 포인트 인상 확률은 이날 78.0%로 높아졌다. 전날 예측 확률은 7.6%였다. 지난달 CPI가 전년 대비 9.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자 연준이 더욱 적극적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크게 본 투자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확률은 92.4%에서 22.0%로 떨어졌다.
캠브리지대 퀸스 컬리지 모하메드 엘-에리언 총장은 “연준은 이제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달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하며, 1% 포인트 인상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구닥다리 통계”라며 지난달 인플레이션 수치가 정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씨티그룹 앤드루 홀렌호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이라고 여기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연준은) 7월 1% 포인트 금리인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울트라 금리인상 전망은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CPI 데이터가 발표된 직후 달러 대비 유로화는 한때 0.9998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적극적 통화정책이 예상되자 달러 강세 움직임이 강화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CPI 데이터는 연준의 엄청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달러를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다”며 “주요 국가들은 달러 강세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더 강한 환율을 선호하는 일종의 역환율 전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통화정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주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오는 9월에도 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제는 경기침체 우려다.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의 톰 포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나오느냐는 우리가 어떤 경기 침체를 겪게 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은 분명하고, 그 수준이 금리인상 폭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다.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며 “경제 전망은 정말 극도로 불확실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달 말 2022년과 2023년의 세계경제전망(WEO)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2년도 힘들겠지만, 리세션(경기침체) 위기가 증대하면서 2023년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지난 4월 WEO를 3.6%로 이미 하향 조정했는데, 이를 더욱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에 추가로 문제가 생기면 많은 (유럽 국가의)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수 있고,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모든 국가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 대다수 중앙은행은 확실하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들의 역환율 정책은 저소득층 위기도 강화한다. 금리 인상은 이미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소득 불안정 계층에 추가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엘-에리언 총장은 “연준의 뒤늦은 정책 대응은 특히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미국의 끔찍한 인플레이션 수치와 이에 수반되는 통화정책은 이미 식량 및 에너지 불안정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개발도상국에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