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숨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참사 당시 경찰의 대응 실패 영상이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현지 지역 매체가 입수해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참사 당시 무능하고 비겁한 경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은 지난 3월 24일 오전 11시28분 텍사스주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모습을 드러낸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는 그의 차량에 접근하던 남성 2명에게 총을 발사한다. 이들이 달아난 뒤 한 교사는 오전 11시31분쯤 총격범이 있다고 911에 신고한다.
라모스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경찰관들은 학교에 진입했다. 이어진 영상에서 경찰관들은 느긋한 모습을 보여준다. 라모스가 소총 한 자루를 들고 교실 복도에 들어서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이는 없다.
진입한 경찰관들은 라모스와 맞서기는커녕 멈춰 서서 복도 주변을 서성거린다. 중무장한 경찰은 벽에 부착된 손세정제를 사용하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였다. 심지어 라모스가 총을 쏘자 줄행랑을 치는 경찰의 모습도 보인다.
경찰은 당시 학교에 도착한 지 74분, 총격범의 총격이 시작된 지 77분이 지나서야 마침내 교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했다.
11살 딸을 총격 사건으로 잃은 빈센트 살라자르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주 공공안전부가 이 영상에 나온 상황을 말로 설명하긴 했지만 직접 본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며 “막막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영상을 보면 그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며 “책임감 없는 사람들은 그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매크로 텍사스 공공안전국장은 경찰이 몸을 사린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청문회에 출석해 “라모스가 학교 건물에 들어선 지 3분 만에 범인을 제압할 충분한 숫자의 무장경찰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이 경찰의 교실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