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성격유형 검사인 MBTI를 적극 활용한다고 미국 뉴스채널 CNN이 22일(현지시간) 조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MBTI) 유형을 미리 알고 있는 게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궁합이 안 맞는 유형의 사람과 데이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MBTI 유형을 밝힌다”며 “(MBTI를 말하고 나면) 다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취업난, 치솟는 집값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자 MBTI로 시선을 돌린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사람들이 더 불안해지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은 확실히 집단에 소속되면 덜 불안해한다”고 분석했다.
MBTI 열풍에 올라탄 건 학생들만이 아니다. 기업에서도 MBTI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MBTI 유형에 따라 어울리는 여행지를 추천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각 유형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영문 알파벳을 새긴 맥주캔을 출시했다.
CNN은 “한국이 이런 종류의 분류에 매료된 것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2000년대 초반에는 많은 한국인이 혈액형이 개인의 성격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채용 과정에서 MBTI 결과를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한 구인 사이트에는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ENFP 지원자를 찾는다’는 마케팅직 모집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인이나 친구, 일자리를 찾는 데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MBTI 결과에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의 성격을 몇 개의 틀에 가둔다는 점에서 검사 정확성과 효용에 의문도 나온다. MBTI는 80년 전인 1940년대에 만들어진 성격유형 검사다. 학계에서는 성격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MBTI 업체인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 역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캠런 놋은 한국의 MBTI 인기에 대해 “매우 흡족하다”면서도 “잘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는 데는 적절치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과 다른 MBTI 유형이라고 해서 잠재적 파트너로 제외하면 훌륭한 사람과 신나는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