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에 있는 한 가정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집에 십자가가 걸려 있는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속한 교회에서 시행하는 한 운동에 참여한 후 적잖은 변화가 찾아왔다. 온 가족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일상을 나누고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 정착된 것이다.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과거보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다. 이를 기회로 삼아 가정 내에서의 관계와 신앙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예즈덤 행밥’이 그것이다. 예즈덤 행밥은 예수님의 지혜를 의미하는 ‘예즈덤’과 행복한 말씀 밥상을 줄인 ‘행밥’의 합성어다.
이 운동을 주관하는 과천소망교회(장현승 목사)와 예즈덤 성경교육연구소(소장 이대희 목사)는 가정을 살리는 것이 곧 교회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장현승 목사는 25일 “교회의 원형은 가족이다. 이 가족이 살아나야 다음세대도 살아날 수 있고 교회도 살아나고 세워져 갈 수 있다”며 “행밥이라는 선물을 통해 가정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행밥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특별밥상을 준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며 일상을 나누고 예배를 드린다. 이대희 목사가 30년 동안 준비한 밥상머리 교육(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인성, 예절 등에 대한 교육) 자료와 교재 등을 오랜 시간 검증, 정리해 현실에 적용한 것이다. 이 목사는 “25년 전부터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가정에서 두 자녀와 같이 시작했다”며 “바쁜 목회 일정을 뒤로하고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가정의 날을 정해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행밥운동.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운동에 참여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가령 과천소망교회는 처음엔 한 교구 지역장 가정만 참여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단기간에 23가정으로 급속히 확산, 현재 35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교구는 현재 43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장들의 헌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교구 성도는 “지역장들이 각 목장 소그룹에 참여해 행복밥상 나눔을 점검한 후 행밥을 어렵게 생각했던 분들이 무난히 참여하게 됐다”며 “한 달에 한 번 하겠다던 분들이 일주일에 한 번은 해야 하지 않겠냐며 횟수를 자발적으로 늘려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정 내에서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아버지가 가부장적이어서 부자간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한 가정은 어머니의 제안으로 행밥에 참여하게 됐다. 장소는 집 안이나 야외였다. 어머니 A씨는 “일상과 말씀을 꾸준히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남편이 아들의 말을 존중하고 아들은 남편의 말을 듣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가정의 회복과 더불어 신앙심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효과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천소망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밥상머리 교제를 갖는 가정을 300개 이상 세울 계획이다. 장 목사는 “교회에서의 모임이 줄어든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가정에서부터 작은 교회를 세우는 것이 시의적절한 최고의 목회 방안”이라며 “가정이라는 본질을 보고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천=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