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에 나섰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가로막혀 내년 세계유산 등록에 사실상 실패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졌던 장소다.
스에마쓰 신스케 문부과학상은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네스코 사무국에서 심사 결과 (사도광산) 추천서 일부에 불충분한 점이 있다는 판단을 제시했다”며 “등재가 실현되려면 추천서를 다시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매우 유감이다. 가능한 한 조기에 심사를 받고 세계유산으로 확실히 등록되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냈다. 유네스코 규정대로라면 추천서를 3월 1일까지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에 제출해야 하지만 사도광산의 범위를 표시하는 자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심사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사도광산의 내년 세계유산 등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세계유산위원회는 올해 러시아가 의장국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2023년 이후 개최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유네스코는 그간 한·일 대립 문제 등 역사 문제와 연관된 사안을 판단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왔고, 일본 측에 이러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가타현 앞바다의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은 에도시대에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다. 당시 광산은 혹독한 노동으로 기피 대상이었음에도 일제는 조선인을 사도광산에 대거 동원해 강제노역을 시켰다.
동원된 조선인 규모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 1200여명(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2000명(히로세 데이조 일본 후쿠오카대 명예교수) 정도였다는 분석이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추천서에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동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