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73)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가족에게서 기부금 100만 파운드(약 15억80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2013년 10월 30일 자신의 거처인 런던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빈 라덴의 이복형제 바크르 빈 라덴(76)을 만나 100만 파운드의 기부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회동은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선데이타임스는 당시 찰스 왕세자의 측근 다수가 이런 합의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의 이복형제 바크르 빈 라덴, 샤피크 빈 라덴으로부터 나온 돈이 1979년 설립된 찰스 왕세자의 자선기금인 ‘웨일스 왕세자 자선기금’(PWFC)에 기탁됐다고 지적했다. 한 측근은 빈 라덴 형제에게 기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질 경우 국가적 공분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측근과 왕실 관계자들도 찰스 왕세자의 이름이 9·11 테러 당시 희생된 영국인 67명과 미국인 수천명을 살해한 역대 최악의 테러리스트와 같은 문장에 등장하면 찰스 왕세자 자신은 물론 PWFC의 평판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돈을 돌려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는 돈을 돌려주는 것이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느꼈고, 빈 라덴 형제가 반환 이유를 의심할까 걱정하면서 측근들의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유야무야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클래런스 하우스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빈 라덴 형제가 왕실 자선기금에 기부금을 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찰스 왕세자가 이를 중개했다는 것과 이 자금을 개인적으로 수락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클래런스 하우스는 “(기부금) 수용 결정은 전적으로 PWFC 이사들의 면밀한 검토 끝에 내려진 것”이라며 “이를 다르게 암시하려는 시도는 부정확하고,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PWFC 의사회 의장 이안 체셔도 당시 기부는 이사진 5명의 합의로 이뤄진 사항이라고 밝혔다.
앞서 찰스 왕세자가 2011∼2015년 사이 카타르 왕족의 유력 정치인에게 3차례에 걸쳐 300만유로(40억9000만원)를 현금이 든 돈가방을 받았다는 현지 보도가 지난달 나오기도 했다.
한편, 바크르 빈 라덴과 샤피크 빈 라덴 형제가 이끄는 빈 라덴 가문은 다국적 건설 사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의 관계를 통해 막대한 부와 권력을 쌓았다. 다만 이들이 9·11 테러에 관여되거나 이를 지원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