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황희찬(26·울버햄턴)이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황희찬은 2일 인스타그램에 “구단 스태프, 동료, 팬분들까지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는 그저 (모두가)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동료, 후배들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영어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황희찬은 전날 포르투갈 알가르브 경기장에서 포르투갈 2부 리그 SC파렌세를 상대로 치른 울버햄턴의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디애슬레틱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황희찬은 경기 중 관중석의 한 파렌세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었다. 이에 황희찬과 울버햄턴 주장 코너 코디는 주심에게
울버햄턴은 경기 후 성명을 통해 “파렌세와의 친선경기에서 우리 팀의 한 선수가 상대팀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유럽축구연맹(UEFA)에 보고하고 관련 기관의 조사를 촉구할 것”이라며 “이 사안과 관련해 피해 선수를 철저히 지원하겠다. 인종차별은 어떤 형태로든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결코 방치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황희찬은 이날 후반 23분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볐고 페널티킥으로 동점골까지 터트렸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손흥민(30·토트넘) 역시 지난해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욕설을 들었다. 손흥민이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반칙을 당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이 취소되자 화가 난 일부 팬들이 SNS상에서 손흥민을 비난한 것이다.
경찰은 이들 중 12명에 대한 수사를 벌였고, 정식 기소 대신 사과 편지를 쓰도록 하는 ‘공동체 해결 명령’을 내렸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마련한 팬미팅에서 “어릴 때 독일에 갔는데, 상상하지도 못할 힘든 생활을 진짜 많이 했다”며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은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외에도 과거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과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등도 유럽에서 뛸 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