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지분 69억 달러 어치를 처분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미국 법원의 트위터 인수 약속 이행 판결에 대비한 현금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면서도, 테슬라 전기차가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인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총 69억 달러(9조238억여원) 어치의 테슬라 지분 792만주를 매각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머스크의 테슬라 주식 대량 매각은 지난 4월말(85억 달러)에 이어진 조치다.
이번 매각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합의를 뒤집으면서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위터측에 의해 의무이행 위반 소송을 당한 머스크가 법원의 패소 판결로 강제로 트위터를 인수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 한 것일 개연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전기차 선구자’ 역할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0년 넘게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테슬라의 혁신 정체, 값싼 중국산 배터리와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한 수익률 제고를 답습해온 한계 등이 한꺼번에 터지자 머스크가 자신의 지분을 줄이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 감축법’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법안에 따르면 중국산 배터리·중국 생산을 고집해온 테슬라는 전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법안은 전기차의 경우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미국산 광물을 원료로 사용한 배터리,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차량 가격의 절반까지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실적 발표로 주식가격이 15%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머스크의 지분 매각은 ‘테슬라 리스크’가 본격화했다는 사인일 수 있다”고 전했다.
GM 포드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속속 전기차 체제로 변신하면서 테슬라는 상대적인 ‘혁신 정체, 전기차 시장 성장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