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에서 매일 잔혹한 전쟁범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 초기 이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려는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가 하면 민간인 거주구역에 포탄과 공중폭격 세례를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자포리자 원전 노동자 대표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한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당초 수천명의 주민이 러시아군의 학정을 피해 우크라이나 정부 통치 지역으로 이동하려던 피난민 행렬을 향해 포격을 가했지만 목표 지점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피난에 나선 주민들의 차량 행렬 바로 옆 아파트에 포탄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포리자주 사정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서방 언론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3월초 최대 원전이 있는 이 지역을 전략 거점으로 선정해 점령한 뒤 엄격한 통행 제한을 실시해왔다.
러시아는 기존 주정부 주요 인사들이 탈출하자 이 지역 친러 인사를 내세워 꼭두각시 정부를 세운 뒤 주민들에게 강제로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는가 하면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강제 주민투표를 실시하려 했다.
이처럼 학정이 이어지자 인근 우크라이나 통치 지역으로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계속 늘어났고, 골머리를 앓던 러시아군은 이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신히 탈출한 한 주민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수많은 주민이 러시아군 총기와 포탄에 희생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러시아군의 피난민 공격과 민간인 거주구역 포격은 인근 헤르손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수세로 몰아넣으면서 더욱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서방 42개국은 자포리자 원전의 즉각적인 반납을 골자로 하는 대 러시아 규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서방국들은 성명에서 러시아를 향해 “즉각 원전 단지와 그 주변에서 군 병력과 미승인 인력을 철수해야 한다”며 “합법적인 원전 운영자들이 외부 위협 없이 원전을 안전하게 지키는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