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가 깜박 조는 바람에 에티오피아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착륙 지점을 그대로 지나치는 일이 벌어졌다.
20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지난 15일 수단에서 이륙한 에티오피아 항공의 비행기가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착륙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운항 기록에 따르면 154석 정도를 갖춘 보잉 기종의 이 비행기는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어야 하는 시점에 상공 3만 7000ft(약11㎞) 높이를 날고 있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데에 항공 전문 매체는 당시 조종사 2명이 모두 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아디스아바바 공항 관제소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깨닫고 해당 비행기 승무원에게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가 착륙 지점을 지나 계속 비행하자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고, 비행기는 약 25분 뒤에 안전하게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관제소와 일시적으로 통신이 끊겼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통신이 복구된 후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했다. 관련 승무원은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업무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건이 아닌, 항공업계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조종사의 피로 누적을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한 항공 분석가는 “조종사의 피로 누적은 전 세계적으로 항공 안전에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사우스웨스트 항공 조종사 협회(SWAPA)는 항공사 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극심한 피로는 안전사고를 위협하는 원인 1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늘고, 악천후로 결항 대란이 발생하면서 조종사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앞서 미국에서는 일부 항공사 조종사들이 임원들에게 조종사의 피로 누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나선 바 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