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사흘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가스 공급량을 줄인 상태에서 또다시 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흘간이라는 한시적 기간 동안이기는 하지만 유럽에서 느끼는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대한 공포는 대단하다.
Wall Street Journal은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가즈프롬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 보수가 필요해져 시설 정비를 위해 이달(8월) 말부터 다음달(9월) 초까지 3일 동안 가스관 가동을 중단한다는 선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
가즈프롬측은 이번 사흘간 점검을 통해서 결함이 발견되지 않으면 현 공급 물량에 맞춰 가스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러시아의 구체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은 상당한 충격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단지 사흘간의 가스 공급 중단 선언을 한 것에 유럽측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계획된 가스관 정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에 맞서 가스·석유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을 압박하는 가운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겨울철을 대비한 가스 비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의 일방적인 가스 공급 중단 결정으로 유럽 국가들의 겨울철 대비 가스 비축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러시아는 이미 유럽에 큰 타격을 준 가스 관련 조치를 내려서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즉 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전달하는 가스 공급량을 최대 용량의 20%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러시아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없는 상황이라고 이유를 댔지만 유럽에서는 경제제재에 따른 보복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미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유럽 가스 가격은 노르드스트림 가동 중단 소식에 또 올랐다.
기준물 가격이 유럽 시장에서 5% 넘게 급등했다.
천연가스는 화력발전소, 가정용 난방, 공장 가동, 용광로, 비료공장 등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데로 러시아가 올 겨울철에 유럽에 제공하는 가스 공급을 끊어버리면 코로나 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겹쳐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 각국은 경기침체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중인 유럽에서 경기침체까지 오게되면 그것이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사흘간 가스 공급 중단 선언의 충격은 유럽 각국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크게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발표 이후 유럽의 전력 요금이 치솟은 것인데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금속산업을 비롯해 유럽 일부 업체들은 이번주 들어서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하며 조업을 포기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올해(2022년) 들어 노르드스트림 가스관 가동을 자주 중단하고 있다.
지난달(7월)에도 연례 점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시베리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을 열흘 간 가동중단하기도 했다.
가즈프롬은 열흘 이후 가동을 재개하면서 유럽에 대한 공급물량을 전체 설비 능력의 40%로 줄였고, 이 마저도 결국 추가로 절반인 20%를 또 감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경제제재로 가스관 운용에 필요한 터빈을 캐나다에서 수입할 수 없게 돼 노르드스트림 정상 가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밝혔다.
가스 공급이 정상화되기를 원한다면 경제 제재를 풀라는 러시아의 압박이었지만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를 거부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 캐나다에서 터빈을 수입할 수없다는 것은 그저 명분일 뿐이라며 가스 공급이 줄어들 기술적 요인은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러시아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어제(8월19일) 공식성명에서 사흘간 가동 중단을 결정한 이유로 단 한 대 남은 터빈의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