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영향을 끼쳐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러시아 정치사상가의 친딸이 의문의 차량 폭발로 현장에서 숨졌다.
러시아는 사건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쯤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알렉산드르 두긴(60)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몰던 도요타 SUV 차량이 강력한 폭발로 산산조각이 났다.
러시아 매체는 현장 목격자를 인용해 도로가 잔해로 뒤덮였고 차량은 불길에 휩싸인 뒤 울타리에 충돌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운전자의 아버지 두긴은 지난 1997년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두긴은 “영토적 야망을 가진 독립국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 전체에 막대한 위험이 된다”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대륙 정치를 말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책과 평소 지론을 통해 거대한 새 러시아 제국을 만들고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사고로 숨진 딸 두기나도 아버지 사상을 지지하고 러시아 국영TV에 나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러시아 매체는 원래 두긴과 딸이 모스크바 외곽 행사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다가 막판에 따로 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리야는 원래 다른 차를 몰았지만 이날은 아버지 두긴의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건이 두긴 또는 부녀를 노린 고의적인 공격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모스크바 수사 당국은 이를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당국이 두기나의 죽음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개입 여부는 권한 있는 당국이 판단할 일”이라며 “실제로 그렇게 확인되면 우리는 국가 테러리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