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특별대출을 제공하고 사실상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중국 당국이 부동산 폭락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인민은행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2000억 위안(39조960억원)의 특별대출을 제공할 것이라고 중국 당국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9일 인민은행과 재정부, 주택·도농건설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특별대출 제공 의지를 밝혔었다.
이번 특별대출은 정책은행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제공되며 이미 분양대금을 받고 아파트를 판매했지만 자금난 등으로 건설이 마무리되지 않은 아파트의 완공을 위해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올가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민심 수습에 나서고 있다. 당대회를 앞두고 민심이반이 일어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번째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난해 당국이 부동산 거품을 우려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작됐다. 그 결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를 비롯해 다수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고 공사를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와 실직 그리고 급여 삭감 등의 악재가 겹치자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부 주택 구매자들이 ‘모기지 보이콧 운동’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지조우동 노무라홀딩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구제금융 도입은 지난 6주 동안 있었던 중국 당국의 움직임 중 첫 번째로 의미 있는 발전”이라며 “구제금융 도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 위안에서 3000억 위안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같은 날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0.05% 포인트 인하했다. 5년 만기 LPR도 4.45%에서 4.30%로 0.15% 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 LPR은 대부분 신규 대출과 미지급 대출의 기준으로 적용된다. 5년 만기 LPR 또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토미 셰 화교은행 중국 연구책임자는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택 판매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민은행은 이강 총재 주재로 중국개발은행, 농업개발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회복과 신용 성장을 위해 금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총재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경제 회복과 발전의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면서 “주요 국유은행은 실물경제에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중소기업, 녹색개발, 과학기술 혁신 등에 대한 신용 지원도 개선하라고 덧붙였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