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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붙은 계곡서 1억년 전 ‘걸어간 발자국’ 드러났다


가뭄으로 말라붙은 미국 텍사스주의 한 계곡 바닥에서 1억1300만년 전 공룡 발자국이 드러났다. 30m가량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로 찍힌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24일(한국시간) “텍사스주 글렌로즈의 ‘공룡 계곡’ 주립공원에 흐르는 계곡 물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며 “바닥에서 1억1300만년 전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크로칸토사우르스는 중생대 백악기 북미의 수각류로, 키 4.5m 체중 7t에 달하는 육식 공룡이다.

주립공원 페이스북에 공개된 사진에서 바위에 찍힌 발자국의 발가락 모양, 보폭, 지나간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발자국은 계곡이 형성되고 퇴적물이 쌓이면서 오랫동안 수면 밑에 잠겼다. 텍사스주 글렌로즈는 현재 내륙에 있지만 중생대에 연안지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묽은 진흙에 찍힌 발자국이 그대로 굳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주립공원 관계자를 인용해 “아크로칸토사우르스가 100피트(약 30.5m)가량을 산책하면서 모두 140개의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드러난 발자국 수는 약 60개”라고 전했다. 주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길게 남은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에선 최근 심각한 수준의 가뭄으로 하천이나 계곡에 잠겼던 유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르비아 다뉴브강에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을 실은 상태로 침몰한 나치 독일 군함 수십 척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스페인 중부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선 기원전 5000여년 전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과달페랄 고인돌이 나타나기도 했다.

텍사스주 ‘공룡 계곡’ 주립공원의 아크로칸토사우르스 발자국은 기상 당국의 비 예보에 따라 다시 계곡 물 안으로 자취를 감출 수 있다. 텍사스주 공원·야생동물관리국은 “지금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발자국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