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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1300만년 전 공룡 발자국… 네로 황제 건설한 다리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이 기승을 부리며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강물이 마르면서 세계 곳곳에서 역사적 유적 등이 발견되고 있고, 영구동토인 그린란드도 녹아내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가뭄은 전 세계 수면 아래 있던 역사를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만들었다. CNN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글렌로즈에 있는 공룡계곡 주립공원의 말라붙은 계곡 바닥에서 약 1억1300만년 전 공룡이 남긴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가뭄으로 계곡물이 바짝 마르면서 바닥을 드러내 숨겨져 있던 공룡 발자국이 나타난 것이다.

텍사스 공원·야생동물 관리국은 “비가 오면 계곡물에 다시 잠기겠지만 공룡계곡 공원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 공룡 발자국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가뭄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헝거스톤’이 목격되고 있다. 헝거스톤은 강물이 말라 수위가 낮아졌을 때 볼 수 있는데, ‘배고픔의 돌’ ‘슬픔의 돌’로 불리며 극심한 가뭄과 기근을 상징한다. 최근에는 가뭄이 발생한 주요 연도를 파악할 수 있는 헝거스톤이 발견된 바 있다.

이탈리아 로마 티베르강에서는 약 2000년 전 네로 황제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롬바르디아 오글리오강에서는 청동기 시절 목재 건축물 토대가 나왔고, 인근 코모호수 바닥에선 10만년 전 사슴 해골과 하이에나, 사자, 코뿔소의 잔해가 발견됐다.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폭염으로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다. 단 3일간 녹은 물의 양이 30㎝ 깊이로 미국 1개 주를 덮을 정도라고 한다. 텍사스대 소속 과학자인 쿠탈미스 세일람은 CNN에 “날씨가 더워진 탓에 그린란드에서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의 빙하는 더욱 빠르게 녹을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7.5m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면 상승은 도시나 국가의 침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린란드가 녹으면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세계적인 억만장자들이 그린란드에 있는 희토류를 비롯해 석탄, 구리, 금, 아연 같은 자원을 탐사하는 데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하지만 일년 내내 땅이 얼어붙어 있어 탐사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폭염으로 지표면을 덮은 얼음이 녹으면서 자원 탐사가 쉬워졌다. 특히 그린란드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핵심 물질인 희토류가 6억t가량 매장돼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