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사이버 보안과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 미국 규제 당국을 속였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이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트위터는 스팸과 가짜 계정 등을 문제삼아 인수를 중단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의 법정 다툼에서 크게 불리해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피터 자트코 전 트위터 보안책임자가 지난달 비영리 법무법인 ‘휘슬블로워(내부고발자) 에이드’를 통해 법무부 등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23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자트코는 84페이지 분량의 고발장에서 “트위터가 연방 당국에 해커와 스팸 계정에 대한 강력한 보안 대책을 갖고 있다고 알렸지만, 실제론 해킹프로그램에 매우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위터가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관해 심각하고 터무니 없는 결함을 갖고 있음에도 회사 간부들은 이를 방치한 채 기만적이고 사실을 호도하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 임원들은 스팸 발송 자동 스포트웨어의 실제 규모를 파악할 능력도, 그럴 의욕도 없었다”면서 “단기적 성장에 눈이 멀어 이용자와 직원들을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또 “부실한 사이버 보안대책과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러시아 중국 등 외국 정부와 정보기관들의 입김에도 취약했다”고 덧붙였다.
자트코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수개월 전 파라그 아그라왈 CEO가 이용자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과 감시로 이어질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폭로는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가 “트위터가 가짜 계정에 관한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440억 달러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해 양측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트위터가 소송에 승소할 개연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자트코의 고발장에 담긴 주장은 머스크 측 변호인단이 트위터와의 소송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모킹 건’이 될 것”이라며 “일단 머스크는 이번 폭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위터는 “자트코는 지난 1월 비효율적 리더십과 낮은 성과 탓에 해고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아그라왈 CEO는 직원 전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자트코의 주장들은 모순과 오류투성이에다 거짓된 이야기”라고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