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조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을 두고 미국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월스트리스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조용한 사직’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조어 ‘조용한 사직’은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직역하면 ‘일을 관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다.
영상에서 플린은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용한 사직’이 SNS을 통해 유명해지자 미국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리아나 허핑턴 스라이브글로벌 CEO는 링크트인에 “조용한 사직은 단지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수천 개의 호응을 얻었다.
허핑턴은 “나는 고용주로서 면접에 들어온 사람들이 ‘나는 일할 때 100%를 다해서 일을 하는데, 이게 내 단점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며 “이 말은 ‘나는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만 한다’와는 매우 다르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 투자프로그램 샤크탱크 진행자이자 캐나다 억만장자인 케빈 오리어리도 CNBC 방송에서 “조용한 사직은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 있어서 끔찍한 접근법”이라며 “당신이 원한다면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게 성공을 거두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WSJ은 ‘조용한 사직’에 대한 반응은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개념이 추가 급여가 없다면 추가 근무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반드시 최소한의 노력만 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 반면 다수의 반대론자는 ‘조용한 사직’이라는 사고방식이 게으름을 조장하고 실적을 해친다고 비판한다.
웹 개발 일을 하는 브라이언 그레이씨는 “‘조용한 사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최소한의 일’이란 그들의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인 다음 근무 시간 이외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근무를 하라는 상사의 요청을 정기적으로 수락하고 추가 업무를 맡겠다고 자진했으나 성과 평가에서 ‘기대 능가’(exceeds expectations)보다 낮은 ‘기대 충족’(meets expectations) 점수를 받은 후에는 더 이상 상사의 인정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조용한 사직’이 직장 문화에 해를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최소한의 일을 하는 것이 주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사 소프트웨어 회사의 최고 인사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에이미 모셔는 “이는 ‘조용한 사직’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과 회사에서 일어나는 불공평함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용한 사직’을 할 수 있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적 자원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스완은 “‘조용한 사직’이 유색인종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흑인 여성들의 경우에는 최소한으로만 일을 하면 엄청난 반발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